‘알뜰주유소 도입 12년’ 효과는… 물가 안정 vs 불공정 거래
가격 안정화 속 불공정 경쟁 우려
“불리한 입찰·거래 조건 개선돼야”
올해로 도입 12년을 맞은 알뜰주유소 제도 효과에 대한 업계 안팎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중단된 알뜰유 신규 입찰이 재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유업계와 일반주유소에서는 불공정 경쟁 등을 근거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 알뜰주유소, 1305곳으로 확장... 가격 안정 효과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알뜰주유소 1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알뜰주유소 도입 이후 찬성과 반대 입장을 모두 다루는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알뜰주유소 공급자인 한국석유공사,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업계,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1년 고공행진하는 국제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알뜰주유소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고유가 상황 속에서 국내 석유 공급시장에 값싼 기름을 제공하는 새로운 플레이어를 참여시켜 시장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알뜰주유소는 전체 주유소의 12% 수준인 1305곳까지 늘어났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전체 21% 수준이다.
알뜰주유소가 운영되면서 기름값이 일정 부분 안정되고, 소비자 후생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알뜰주유소 사업으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에 따른 소비자 후생 규모는 2조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7000억원, 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설윤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알뜰주유소 도입이 석유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정유사의 가격 투명성 제고에 기여했다”고 했다. 그는 “여러 연구를 통해 알뜰주유소 도입이 소비자 후생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며 “10년간 증가한 소비자 후생은 석유유통시장의 과점적 요소를 완화한 셈”이라고 했다.
◇ “불공정 경쟁...제도 폐지·민영화” 지적도
하지만 정유사나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일반 주유소 사업자들 사이에선 불공정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알뜰주유소 공급자가 석유공사, 농협, 한국도로공사로 한정되는 만큼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 정유사에 무리한 거래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무제한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김형건 강원대 교수는 “알뜰주유소의 핵심 경쟁력은 효율적인 경영보다는 민간 시장에 대한 정부의 우월적인 지위에서 발생한다”며 “석유공사는 시장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바탕으로 경쟁 입찰 시 정유사와 계약 사항에 압력 행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알뜰주유소는) 장기적으로 민간으로 기능 이관이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소비자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알뜰주유소 출범 당시 제시한 사회공헌, 수익다변화, 종합에너지 판매소 등으로 주요 목표를 전환하는 게 단기적인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석유공사 수익을 민간 주유업자 아닌 시장 발전을 위해 쓴다거나, 알뜰주유소 공급계약에 대한 공정성 담보하는 방향 등을 함께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알뜰주유소 제도를 아예 폐지하거나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알뜰주유소가 이미 독립 브랜드처럼 성장한 상황으로 즉각적인 폐지가 어려운 만큼 제도를 개선하는 게 우선적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공동구매 운영 주체를 공공기관에서 민관으로 이관해, 단계적으로 정부 개입을 축소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현국 KEI컨설팅 전무는 “알뜰주유소 제도 운영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면, 불공정거래와 불공정거래 발생으로 공정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당초 목적을 상실했다”며 “수요 독점시장을 조성해 유통시장 환경이 오히려 악화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알뜰주유소 제도 개선, 구조 개편, 민영화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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