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팍 찾은 이승엽 감독 “아직 실감 안나”…박진만 감독은 “흥행 될 것”[스경X현장]
올시즌 최고의 빅매치가 비로 미뤄졌다.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비로 지연됐다.
이날 이승엽 두산 감독의 대구 방문으로 많은 관심이 쏠린 경기였다. 동갑내기인 박진만 삼성 감독과의 맞대결이 펼쳐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내린 비로 경기를 진행할 수가 없게 됐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취소가 결정됐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경북고를 졸업한 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줄곧 한 팀에서 뛰었다. 일본 진출 후 다시 돌아온 팀도 삼성이었다.
삼성에서 뛰는 동안 ‘라이언킹’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2017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한 뒤 그의 등번호인 36번은 영구결번 됐다. 라이온즈파크 외야 한 켠에는 이승엽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뜨거운 관심을 모은 경기인만큼 라이온즈파크에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승엽 두산 감독은 덤덤했다. 이승엽 감독은 “아직까지 별 느낌 없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처음에 두산 감독이 된다고 했을 때에는 사실 조금 다른 기분이 들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두산의 일원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10월 중순 두산의 11대 감독으로 임명이 됐다. 그리고 두산의 새 시즌을 준비했고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거쳐 개막까지 맞이했다. 두산은 24일 현재 19경기 11승1무7패 승률 0.611로 3위를 기록 중이다.
이날 오전부터 대구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이 감독은 “야구장으로 올 때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취소가 된다면 ‘선발 로테이션을 어떻게 가져갈까’라는 생각을 했다. 상대 투수가 바뀌면 다시 타순을 바꿔야하나는 고민을 하면서 왔다”라고 말했다.
전력에 대한 구상을 하느라 집중하다보니 ‘여기서 내가 뛰었었지, 내 고향이지’ 등의 생각이 들 겨를이 없었다. 이 감독은 “이제 냉정하게 현실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야구장에 그려진 벽화 역시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그에게는 큰 감흥이 없었다.-
이 감독은 “어떻게든 공과 사를 구분해야한다”면서도 “사실 선수 때 받았던 사랑과 애정을 잊을 수가 없다. 태어난 곳이고 자란 곳이고 다 좋은 시절을 여기서 보냈는데 그 시절을 정말 잊을 수가 없다. 한도 끝도 없이 감사드리는 마음 뿐”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두산에서 지도자를 시작했고 두산 유니폼 입고 있는 내가 어떻게 아직까지 삼성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보일 수 있겠나”라고 냉철하게 말했다.
대구를 찾은 팬들에게는 승리를 한 뒤에나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감독은 “인사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런 타이밍이 오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승리 한다면 혹시라도, 야구장 필드 안까지는 못가더라도 그때 할 수 있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 역시 현재 팀 전력에 집중하느라 바쁘다. 삼성은 지난 주말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3연전에서 모조리 패배하면서 4연패에 빠졌다. 순위도 9위까지 미끄러졌다.
박진만 감독은 “팀이 연패를 하고있어서 그런 상황이니까 선수들 부상에 대해 염려가 많이 된다. 그런 부분에서 걱정이 많았다. 어제 하루 쉬었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지난 겨울 취임식을 통해 처음으로 감독으로서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과 이 감독은 2023시즌 펼쳐질 맞대결에 대해 “흥행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이날도 “야구 흥행 카드가 될 수 있다. 야구가 침체되는 분위기에서 흥행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팬들 그런 부분 많은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분위기로 야구 팬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감독과 따로 연락은 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지금 팀이 힘들어서 걱정들이 많다. 두산 좋은 흐름으로 계속 가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는 연패를 겪고 있어서 걱정되는 부분 많아 다른거 생각할 여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취소로 양 팀은 선발 투수를 바꿨다. 두산은 김동주에서 라울 알칸타라로 변경했고 삼성 역시 이재희에서 외인 1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으로 바꿔 맞불을 놨다. 알칸타라는 올시즌 4경기 2승1패 평균자책 2.45를 기록 중이다. 뷰캐넌은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 4.05의 성적을 냈다.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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