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국빈 방미] "너네만 플렉스냐"… 심기 불편한 국내 OTT

김나인 2023. 4. 25. 16: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만개 고용 장밋빛 전망에도
국내 기업 "경쟁 안돼" 울상
넷플릭스 제공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발표에 손뼉 치고 있다. 연합뉴스

넷플릭스가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3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콘텐츠·미디어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콘텐츠 산업에 큰 기회가 열렸지만 넷플릭스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OTT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넷플릭스가 독식할 경우 생존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는 "이번 투자 결정은 한국 창작 업계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또 한국이 멋진 이야기를 계속 들려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작품에는 엄청난 스토리가 있다. 한국 콘텐츠에 외국어 자막을 서비스하는 작업도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세계 34개 언어로 자막과 더빙을 제공할 정도로 크게 확장됐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투자 유치로 6만8000여개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나라 영상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평도 내놨다.

다만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국내 OTT 업계의 입지는 더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넷플릭스 투자로 콘텐츠 제작 단가가 높아지면 상황이 더 나빠질 우려도 있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시장에서 K콘텐츠가 일명 '먹히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넷플릭스 싱가포르 TV 드라마 인기 순위를 보면, 12개 드라마 중 11개 작품이 한국 드라마다.

인도네시아 10위권 내에도 K 드라마가 9개를 차지하며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K콘텐츠는 제작비가 저렴하면서 효과가 높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도 갖췄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비와 비교했을 때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가령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크라운', '기묘한 이야기' 등이 각각 편당 약 154억원, 142억원의 제작비가 집행됐다면,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을 높인 '오징어 게임' 제작비는 편당 28억원에 불과했다. 넷플릭스가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구독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K콘텐츠가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K콘텐츠에 투자하는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K콘텐츠가 무기인 국내 OTT들은 경쟁 열위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업계 입장에서는 넷플릭스를 등에 업고 전 세계 190여 국가에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넷플릭스는 국내 방송사들에 비해 제작비를 더 후하게 주고 자율성을 줘서 대작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국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종속돼 하청기지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시장의 가격구조를 올리면서 국내 드라마 제작비가 3배 가량 급상승하고, 드라마가 아무리 흥행해도 국내 제작사가 추가 수익 배분을 받지 못하는 저작권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이번 투자가 국내 콘텐츠 산업에 제대로 훈풍을 만들려면 흥행작이 터질 경우 넷플릭스와 국내 제작사가 적정한 비율로 수익을 나누는 계약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저작권 부분을 손보고 웨이브, 티빙, 왓챠 등 K-OTT 사업자들이 글로벌에서 몸집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정책과 지원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한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도 상당 부분을 해외로 유출해 조세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관련 대책에 대한 주문도 나온다. 망 무임승차 이슈를 두고 국내 업계가 넷플릭스와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 투자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모은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