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교수 명강의] 흉내내기 ESG 대신 맞춤전략 제언
지난 10년간 ESG(환경·책임·투명경영)는 비즈니스와 투자 분야 모두에서 핵심 주제였다. 해외에 비해 더디지만 국내도 변화가 크다. 2022년 구글 코리아 발표에 따르면 올해의 검색어 국내 1위는 '기후 변화'였다. ESG를 약속한 글로벌 협약이 2020년 본격 발효되며 국내외 투자기관들이 그 흐름을 따라갔고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소비를 선호하는 MZ세대 소비자들의 영향력 증가와 맞물려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에 성균관대 SKK GSB는 다양한 ESG 과목을 제공해 MBA 학생이 충분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구민정 교수의 ESG 마케팅은 그 대표적 과목이다. 구 교수는 15년 넘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 가치 창출(CSV), 소셜 마케팅 등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다양한 마케팅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고, 여러 단체와 기업에서 ESG경영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다수 대기업에서 ESG 전략 강의를 진행해왔다.
ESG 마케팅 수업은 ESG를 남들보다 더 슬기롭게 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전 세계 사례를 통해 다룬다. ESG의 무분별한 따라 하기, 흉내 내기는 자원 낭비가 되기 쉽고 오히려 소비자에게 지탄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모든 기업이 '파타고니아'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각 기업의 본질과 상황에 따라 적합한 현실적 전략을 선택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그 기업의 ESG에 함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디자인하는 것이 성공하는 ESG의 핵심이라고 강의한다.
예를 들어 생수 업계는 최근 플라스틱 양을 줄이기 위해 경량화 제품과 무라벨 생수를 출시하고 있다. 이는 대표적인 '방어적 ESG 전략'으로 ESG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예방·방어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제공 위주의 조용하고 산발적인 홍보를 해야 한다. 생수라는 업의 본질 자체가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파타고니아처럼 적극적으로 ESG를 홍보하거나 그린 제품으로 포장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ESG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ESG를 최우선 가치로 삼게 되면 자원 낭비가 될뿐더러 기업의 ESG 수행 수준에 대한 기대가 상승해 역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풀타임 MBA 과정 졸업 후 포스코에 재직 중인 류인술 동문은 이 수업에서 배운 피지워터 사례를 기억한다. 프리미엄 생수로 유명한 피지워터는 유럽에서 생수 반대 운동의 직격탄을 맞아 이미지가 하락하고 매출이 급감하자 본인들이 만든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을 저감하겠다는 '카본 네거티브'라는 공격적 캠페인을 펼친다. 적극적인 환경보호에 대한 시도는 좋았지만, 사람들은 이 캠페인이 그린 워싱이라고 맹비난했다. 환경에 좋지 않은 생수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으므로, 피지워터의 적극적인 ESG 전략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고 심각한 기업 평판 손상과 브랜드 가치 하락을 대가로 지불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모든 기업이 당장 파타고니아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이유다. 류 동문은 "이 수업에서 기업이 사회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브랜드 가치를 향상할 수 있는 전략을 배웠다"며 "업무상 여러 의사결정 과정에서 활용할 중요한 인사이트가 됐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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