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윤 대통령 '일본 무릎' 발언, 워싱턴포스트에 직접 물었습니다

이경원 기자 2023. 4. 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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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논란이 됐습니다. "100년 전 일로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으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과거사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일본 총리 발언 같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바로 논평을 냈습니다. 한국 언론이 인터뷰를 잘못 해석했다, 원래 인터뷰 내용은 100년 전 일로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으라는 건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일본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였다는 겁니다.

무릎 발언 논란이 오역 논란으로 옮겨가자, 인터뷰 당사자였던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자신의 SNS에 인터뷰 원문을 게시하는 헤프닝도 벌어졌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워싱턴포스트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원문 기사가 잘못 해석된 것일까?

먼저, 워싱턴포스트 원문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어떤 일[을 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들[일본인들]이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용서를 위해] 무릎을 끓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결단을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 설득의 측면에서, 저는 제 최선을 다했다고 믿습니다.
"I can't accept the notion that because of what happened 100 years ago, something is absolutely impossible [to do] and that they [Japanese] must kneel [for forgiveness] because of our history 100 years ago. And this is an issue that requires decision. … In terms of persuasion, I believe I did my best."
- 워싱턴포스트, Ukraine, China main focus as South Korean president visits White House, 4월 24일 자.

강제동원 배상으로 제3자 변제 방안을 결정하고, 반발하는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에 바로 다음과 같은 공지를 띄었습니다.
 
(위와 같이) 발언한 배경은 이런 식의 접근이 미래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한일 관계 정상화는 꼭 해야 하며, 늦출 수 없는 일입니다. 유럽에서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듯이, 한일 관계 개선은 미래를 향해서 가야 할 길입니다. 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온 '98년, 김 대통령이 일본 의회 연설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한 것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 '알려드립니다', 4월 24일

바로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다음과 같은 논평을 냈습니다. 인터뷰 원문을 국내 언론이 이를 잘못 해석해 보도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한국어 인터뷰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유럽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강조하며,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 그리고 해당 문장은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 바로 뒤에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고 말한 것을 보면 이것이 상식적이다.
-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 논평, 4월 24일

즉, 한국 언론은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일본 용서 구해야 한다는 인식은 (내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보도했지만, 원문은 "(일본 입장에서는)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용서 구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즉, 대통령의 생각이 아니라 일본의 생각을 인용했을 뿐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논란이 일자,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 미셸 예희 리 기자는 오늘 오전 자신의 SNS에 "오역 논란과 관련해 인터뷰 녹음을 다시 확인했다"며 대통령 발언한 녹취록 원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어로 된 윤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올린 겁니다.


리 기자가 공개한 윤 대통령 인터뷰 원문 내용에는 '저는' 이라는 주어가 언급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우리의 보도를 고수하겠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리 기자의 트위터를 보고, 리 기자에게 다시 한 번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최근 논란에 대해 무엇이 맞는지 판단해주길 바랐습니다. 미셸 리 기자는 워싱턴포스트 대외협력팀(communications team)이 공식 코멘트를 보낼 테니 참고해 달라고 했습니다.
30분 뒤 워싱턴포스트 대외협력팀에서 다음과 같은 짧은 답변이 왔습니다.
 
당신(SBS 사실은팀)의 질문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보도를 (계속) 고수한다고 말씀드립니다.
In response to your question, we stand by our reporting.

그러면서 리 기자의 SNS 내용도 함께 봐달라, 리 기자의 SNS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글자 그대로 적은 것이라며 부연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대외협력팀은 유상범 의원의 주장이 잘못됐다, 혹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명확히 판단해 답변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리 기자가 공개한 인터뷰 원문을 보면 주어가 '저는'이라고 돼 있다, 그리고 기사에는 "I can't accept"이라는 표현을 썼다, 결국, 이렇게 표현한 것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보도를 계속 고수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오늘 브리핑에서 "누가 사과하거나 무릎 꿇는 주체가 누구라는 논쟁으로 흐를 것은 아니고, 앞뒤 맥락에 비추어 대통령의 의지와 뜻이 무엇인지 그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작가 : 김효진, 인턴 : 여근호, 염정인)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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