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듯 컷오프 되던 선수였는데 … ‘릴리아 부 미스터리’ 상금·평균타수 1위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정말 컷오프를 밥 먹 듯했다. 9개 대회에 출전해 7차례 컷오프 됐고, 기권 한 번에 딱 한번 컷을 통과했는데, 순위는 72위였다. 그 해 상금 3830 달러를 손에 쥔 부는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2020년 시메트라 투어에서도 부는 컷오프를 밥 먹 듯했다. 7개 대회에서 네 번 컷 탈락하고 겨우 2587 달러를 벌었다.
2년 동안 그의 손에 쥐어진 상금은 고작 6417 달러에 불과했다. 셰브론 챔피언십 우승 후 부는 “프로 데뷔 후 선수 생활을 관두려고 했다”고 했는데, 아마도 이 시기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선수 생활 중단 여부를 고민할 즈음, 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큰 아픔을 겪는다. 1982년 공산화된 베트남에서 딸(부의 어머니)을 데리고 탈출해 미국에 터전을 잡은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뜬 것이다.
이 때 외할아버지는 고민이 많은 손녀에게 “최선을 다해 경기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단지 할아버지의 유언이 그를 갑자기 최고의 선수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극을 받은 부는 2021년 시메트라 투어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신했다.
18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2회를 기록하며 상금왕이 됐고 다시 LPGA 투어 출전 자격도 얻었다. 컷오프는 단 2차례 밖에 없었다.
2022년 LPGA 투어로 돌아와서도 릴리아 부는 우승은 비록 못했지만 24개 대회에 출전해 컷오프는 3 차례뿐이었고 8번 톱10에 오르면서 조금씩 실력을 쌓아 나갔다.
그리고 2023년 컷오프를 밥 먹 듯 하던 릴리아 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올해 5개 대회에서 우승 두 번, 7위 한번 그리고 가장 나쁜 성적도 공동14위였던 릴리아 부는 현재 상금랭킹과 평균 타수, 올해의 선수까지 1위에 오르며 세계 여자골프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셰브론 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랭킹 4위까지 오른 릴리아 부는 아마도 마음 속으로는 이번 주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한 넬리 코다(미국)를 겨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릴리아 부는 화끈한 장타력을 갖고 있거나 골프팬들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퍼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최근 몇 년 새 멘탈이 무척 강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때 컷오프를 밥 먹듯 하던 릴리아 부의 성공과 도전은 어느 순간 헝그리 정신이 사라지고 승부 근성도 많이 약해진 한국여자골퍼들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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