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는 고사리에 울고 웃는 중입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안전사고는 총 288건으로, 이중 142건(49%)이 봄철인 4~5월에 집중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원인을 살펴보면요. 봄철을 맞이하여 등산과 오름 탐방, 올레길과 둘레길 걷기와 같은 야외활동이 많아진 영향보다 맛있기로 소문난 제주 고사리를 채취하다 일어난 사고가 많다면 여러분 믿어지시나요? 실제 통계를 보면요 142건의 길 잃음 사고 중에서 무려 107건이 고사리를 꺾다가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봄철 길 잃음 사고의 75%가 고사리 채취 때문이었던 것이죠.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맛과 영양이 좋다고 하지요. 그중에서도 제주 고사리는 크고 굵으면서도 연하고 부드러워 품질 좋기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조선 시대에 임금에게 진상되기도 했고요. 제주에서는 고사리를 채취하기 가장 좋은 계절을 4월에서 5월 중순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가 내린 뒤 더욱 잘 자라는 고사리 때문에 제주에서는 요맘때쯤 내리는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르고 있고요. 이 기간에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꼭 비가 내리는데요. 누군가 꺾어버린 고사리도 비만 내리면 신기하게도 바로 자라납니다. 적게는 3~4번, 많게는 8~9번까지 새순이 돋아난다고 하는데요.
고사리철에는 동네 마트에 가더라도 고사리 채취 때 입는 전용 앞치마를 별도로 판매하기도 하고요. 이른 새벽부터 고사리꾼들을 대상으로 김밥을 판매하는 가게들은 고사리 특수를 누리느라 분주합니다. 거래 가격이 매우 높기에 용돈벌이로 고사리 채취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이 시기에 맛있는 제주 고사리를 채취해 잘 말린 뒤에 집안 행사 때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부지런히 제주 산간의 벌판을 누비고 다닙니다. '고사리는 한 번도 안 꺾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꺾은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고사리 채취는 '꺾는다'는 표현을 씁니다. 손으로 꺾을 때마다 '톡'하는 경쾌한 소리가 나기에 낚시꾼들이 손맛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묘한 손맛이 있습니다. 고사리는 주로 중산간 지역(해발 200~600m)에 있는 오름과 곶자왈 그리고 농장 주변 들판에 주로 분포합니다. 중산간 도로를 다니다 보면 인적이 드문 갓길에 차가 주차되어 있다면 그곳 주변으로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됩니다. 차량이 뜬금없이 많은 지역에는 그만큼 고사리가 많이 있다는 증거이고요. 주의해야 할 것은 고사리를 꺾다 보면 바닥만 보고 정신없이 들판과 숲을 누비게 되는데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망각해버리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고사리가 있는 곳들은 이정표가 있는 길도 아니기에 나도 모르게 길을 잃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반드시 2인 이상 함께 다니는 것이 필요하며 핸드폰 보조 배터리와 생수 그리고 비상 도구 같은 것들을 반드시 휴대하는 것이 필요하며 너무 깊은 곳까지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쯤 되면 독자님들도 고사리 채취에 대한 관심이 생길 것 같은데요. 여행객들이 길 잃을 우려 없이 고사리 꺾는 '손맛'을 볼 기회가 있습니다.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양일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국가태풍센터 서쪽 일대(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산76-7 일원)에서는 '제27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열립니다. 봄날의 기운을 만끽하며 '꺾으멍, 걸으멍, 쉬멍'(꺾으며·걸으며·쉬며) 고사리를 꺾는 축제인데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해까지 비대면으로 개최되었었는데 올해는 일상 회복과 함께 대면으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주민과 여행객이 만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행사들도 마련되었는데요. 고사리가 어디에서 나고 어떻게 채취하는지 알려주고요. 어떤 음식들을 만들 수 있는지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승마, 드론, 전통놀이, 페이스페인팅 체험과 노래자랑, 윷놀이 경연대회 같은 신명나는 부대행사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서귀포시 남원읍에서는 이번 축제에서 기부받은 고사리를 판매해 생기는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내놓을 예정입니다.
오직 이곳 제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은데요. 제주를 방문하실 계획이시라면 꼭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사리에 울고 웃는 제주의 풍경 오늘은 어떠셨나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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