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미 정상회담 겨냥 “공동의 원수 반대…러시아와 연대 강화”
북한이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4주년을 맞아 “조·로(북한·러시아) 관계는 두 나라 수뇌분들의 특별한 관심 속에 부닥치는 모든 도전과 난관을 이겨내고 친선과 협조의 본태를 굳건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외무성 홈페이지에 공개한 담화에서 “세계적인 보건 위기로 하여 2020년부터 쌍무 접촉과 교류가 제한되는 불리한 조건이 조성되였지만 두 나라 사이의 전략 전술적 협동은 조·로 수뇌상봉에서 이룩된 합의를 초석으로 하여 더 밀접해지고 보다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2019년 4월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비핵화 문제 공조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임 부상은 “오늘 조·로 두 나라는 공동의 원쑤(원수)를 반대하여 어깨겯고 싸운 역사적 전통을 이어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전쟁 위험과 군사적 위협을 과감히 짓부시고 나라의 안전과 존엄, 평화를 수호하며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호상 지지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부상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조·로 친선관계를 전략적 견지에서 시대적 요구에 맞게 승화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우리 공화국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우리는 로씨야(러시아) 정부와 인민이 적대세력들의 패권주의와 전횡, 군사적 위협에 단호히 맞서 자국의 합법적 안전과 이익을 수호하며 강대하고 번영하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서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이 한·미에 대응하는 북·러 연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옹호하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보인다.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는 각각 지난 1월과 3월 양국 관계를 “한 전호에 서있다”고 표현하며 연대 의식을 강하게 과시했다.
최근 북·러뿐 아니라 북한과 중국, 중국과 러시아 관계도 밀접해지며 이른바 북·중·러 연대가 노골화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이에 대응해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신냉전’ 구도가 선명해지는 양상이다. 북한은 한·미·일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핵무력을 빠르게 고도화시키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이러한 북한 움직임을 옹호하고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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