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외교구락부 24년 만에 다시 연다...카페로 일반 공개

1949년 신익희 윤치영 등 만든
국내 최초 서양식 사교클럽
격동기 한국 현대정치의 막후 사랑방
기록물 전시 ‘외교구락부 카페’ 재개장

해방 후 한국 현대 정치·외교·문화계의 사교클럽이었고 막후 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남산 ‘외교구락부’가 오는 28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남산 자락에 자리잡은 외교구락부는 일제 강점기에는 헌병대장 관사였으나 해방 후인 1949년 해공(海公) 신익희, 유석(維石) 조병옥, 창랑(滄浪) 장택상, 동산(東山) 윤치영 등 당대 한국 현대사의 큰 획을 이룬 인물들이 의기투합해 국내외 인사들의 교류를 위한 서양식 클럽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전쟁 전후부터 혼란기 정치 민주화 과정에서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특별한 장소로 기록됐던 곳이다.

특히 1969년 김영삼 당시 야당총무가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비롯됐고,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3金(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이 회동한 곳이었다. 1984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힘을 합쳐 한국정치의 민주화를 이룩하자고 선언한 민추협 창립선언도, 1987년 군정종식을 위해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가 대통령 후보 단일화 회동을 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윤보선,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들은 물론 허정, 김종필, 이철승, 박순천, 유치송 등 정계 유력자들, 함석헌,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 등 종교계 인사들과 이희승 박사와 김옥길 총장, 김동길, 천경자, 백건우, 함흥철, 최무룡, 신성일 등 학계와 문화계 인사들도 자주 찾았다. 특히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딛은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도 방한기간 중 이곳을 찾았다. 이병철 삼성회장, 정주영 현대그룹회장, 박흥식 화신그룹회장 등 재계 거물들도 단골손님이었고 백선엽, 이응준 장군, 정래혁, 김수한 국회의장, 이한기, 진의종 국무총리도 방문했다.

지난 1999년 외교구락부의 역사성과 정치사회적 기능에 아쉬움을 느낀 당시 숭의학원 백성학 이사장(현 영안모자 명예회장)은 외교구락부 터와 건물을 인수했고 외교구락부 재건을 위한 자료 수집과 기초작업 끝에 2013년 숭의여자대학교 별관(중구 퇴계로 20길 56)에 외교구락부를 재건해 역사와 기록보전에 나섰다.

그후 10년, 추가 자료수집과 보완을 거쳐 재현된 모습으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게 됐다.

28일 재개관하는 외교구락부는 역사관 카페로 운영된다. 그동안 정계, 관계, 재계, 문화종교계, 외국 저명인사 등 이곳을 다녀간 역사적 인물들의 사진 자료와 친필서명 등 소중한 기록이 전시됐다. 앞으로도 외교구락부와 관련있는 사람들의 추가 자료를 기증받고 수집하기 위해 외교구락부 1개 층을 별도로 준비해 전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