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판결문] 법원, '전광훈 교회 알박기' YTN 기사 "허위보도 아냐"

사랑제일교회, YTN 상대 정정보도·손해배상 패소
명도소송 패소에도 버티기한 교회에 YTN 비판보도
"'알박기'는 비판적 논평에 불과…인격권 침해 아냐"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YTN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성지호)는 지난 21일 사랑제일교회가 YTN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사랑제일교회)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사랑제일교회가 문제 삼은 기사는 지난해 9월8일 <버티기로 5백억 챙긴 사랑제일교회…“법 위에 알박기”>, <'빅픽처 성공' 전광훈, 500억 챙겨…“분양가 상승 부메랑”>이다. 사랑제일교회가 재개발 조합과의 명도 소송에서 패소하고도 판결을 따르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 조합으로부터 철거 보상금 500억 원을 받게 됐다는 내용이다.

▲ 2020년 2월24일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YTN은 보도에서 “관련 업계는 '법 위에 알박기'라는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면서 앞으로 다른 재개발 사업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는데, 사랑제일교회는 '알박기' 표현을 재판 도마 위에 올렸다.

사랑제일교회는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부지에 관해 “재개발 예정 지역으로 지정되기 약 50년 전부터 존재한 장석교회 건물을 매입해 교회 건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박기'한 사실이 없고, 투기 행위를 할 의사도 없었다. 사랑제일교회가 '알박기'했다는 YTN 보도는 그 자체로 허위이자 악의적”이라며 YTN이 보도를 정정하고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석교회가 1958년 6월 부지를 매입한 후 판자교회당을 지었다가 1974년 10월 신축한 예배당이 현재 사랑제일교회라는 것. 사랑제일교회가 장석교회 건물을 매입한 시점이 1995년이고, 정비 구역으로 지정된 때가 2008년이라는 점에서 “재개발 따위가 예정되거나 확정된 지역의 땅을 미리 사들여 사업자들에게 고가로 되파는 투기 행위”로 정의되는 '알박기'라는 표현은 교회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알박기의 사전적 정의는 '재개발 예정 지역의 알짜배기 땅을 미리 조금 사 놓고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땅값을 많이 불러 개발을 방해하며 개발업자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내려는 행위'이기는 하나 현재에는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곳에서 매각을 거부하고 버티는 행위' 자체를 지칭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밖에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정 상황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YTN은 '사랑제일교회가 법원 판결에도 감정가의 수배에 달하는 돈을 요구하면서 법원 판결 집행을 6차례 걸쳐 저지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와 같은 원고 행태를 '알박기'라고 평가하면서 비판적 논평을 한 것에 불과할 뿐 달리 YTN이 '알박기'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어떤 사실적 주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 또한 YTN 보도 중 구체적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허위성을 다투지 않으면서 YTN이 사용한 '알박기'라는 표현에 대해서만 문제 삼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록 원고가 이 사건 부지를 포함한 일대가 정비 구역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이 사건 부지를 매입해 그 위에 지어진 건물을 교회로 사용했고, 이것이 '알박기'의 사전적 정의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은 아니래도 '알박기'는 다양한 용례로 사용되고 있는 점, 보도를 구성하는 사실관계에는 허위성이 전혀 없는 점, YTN은 원고의 '버티기 행위' 및 이로 인해 발생할 여러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이를 '알박기'라는 용어로 압축·강조한 것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YTN 보도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YTN이 '알박기'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원고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교회의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했다.

한편,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20일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재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조합은 500억 원의 보상금 합의가 됐는데도 교회가 이주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1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도 예고했다.

이에 사랑제일교회는 21일 “애국운동을 하는 전광훈 목사를 탄압해 공을 세우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조합장의 지위를 얻으려는 조합대행의 사심이 결국 수많은 조합원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재개발을 진행할 경우 설계 변경과 입주 지연에 따른 조합원들 손해가 28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조합은 지난해 9월 교회에 보상금 500억 원을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고 이주합의서도 작성했으나 교회는 조합이 내주기로 했던 땅이 원래 교회 면적보다 줄었다며 추가 보상금과 전용 84㎡ 아파트 2채를 추가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