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금태섭發 신당, 그 성공 여부는?
양당이 하나같이 난리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돈봉투 의혹 사건', 국민의힘은 장외에 있는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 설정 문제와 '실언 당번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고위원의 잇따른 실언 때문에 양당 모두 지지율 정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민주', '정의' 그리고 '도덕'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힘들어졌다. 자신들 주장의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역시 중도층이 멀어져가고 있다는 차원에서 총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상황이 이러니 제3지대 필요성이 대두될 수 밖에 없다.
4월 18~20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21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응답률 8.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주 대비 국민의힘 지지율은 1%포인트(P) 오른 반면에 민주당은 4%P 떨어짐으로써 두 정당 모두 32%의 지지율을 보였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는 돈 봉투 의혹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반사이익을 국민의힘이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이 지도부의 '실언 릴레이'로 지지율이 하락할 당시 민주당 역시 그 반사이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유권자 상당수가 양당 모두를 '대체 세력'이라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3당의 테이프는 금태섭 전 의원이 끊었다. 금 전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신당 창당 질문에 “저는 그 길(창당)을 걷겠다”면서 “차차 준비되는 대로 말하겠다”고 했다. 상황으로만 보면 금 전 의원의 발언은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아마도 당장 여론조사를 하면 신당 창당의 움직임에 찬성하는 여론이 40% 정도는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여론이 어느 정도까지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총선 즈음에는 어김없이 '양당제 피로증'이 대두됐고, '제3당 창당'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성공한 경우는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정도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 3당이 의미있는 지위를 획득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게 된 원인 분석이 중요하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그 이유로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은 당시 호남 민심은 민주당에 매우 실망하고 있었고, 국민의당을 민주당의 대체 정당으로 생각했다는 점이다. 호남 지역 유권자들이 민주당 대신 국민의당에 주목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문재인 당 대표 시절부터 민주당과 호남 사이에는 '지역적 인적 관계'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즉 당시부터 민주당의 주류는 영남 진보 세력이 차지했기 때문에 호남 입장에서는 이런 민주당을 그냥 안고 갈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자신들과 지역적 관계가 없을 바엔 문제 많은 민주당보다 국민의당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측면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아직도 지역 기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두 번째 이유는 유력 대선 후보의 존재였다. 당시 안철수 전 대표는 '상품성' 있는 대선 후보였다. 유력 대선 후보의 존재는 제3당의 성공 여부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대통령제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없는 정당은 존재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3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3당에 유력 대선 후보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잘 인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금 전 의원이라고 대통령 못할 일이 없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금 전 의원을 대선 후보로 '키울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물론 금 전 의원도 대선 후보는 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유력' 대선 후보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선 후보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유력' 대선 후보는 특정 정치인이 '키운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혹자는 윤석열 대통령도 검사에서 대통령까지 됐다는 점이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사례로 들지 모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현존하는 권력과의 지난한 투쟁 속에서 유력 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크롱의 경우 역시 다르다. 프랑스는 결선 투표제가 있는 나라다. 마크롱의 첫 번째 대권 도전이던 2017년 대선 당시 그가 1차 투표에서 얻은 표는 24.01%였다. 대선 1차 투표율이 69.4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크롱이 1차 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대비 얻은 표는 16.67%에 불과했다. 결선 투표가 없었다면, 결선에 진출한 상대 후보가 마린 르펜이라는 극우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마크롱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와 프랑스를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앙 마르슈는 본래 정당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일종의 운동 단체였다. 이 단체의 중심 인물은 당시 사회당 정권의 요직인 경제부 장관을 하고 있던 마크롱이었다. 그는 이 운동에 젊은이들을 동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런 이유를 종합해 보면 마크롱과의 비교는 불가능하며,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제3당의 출현은 매우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3당의 출현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역에 근거한 정당 출현은 가능하다. 지역 정당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독일의 기독교사회연합(CSU)도 바이에른주의 지역 정당이다. 이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 준다. 현재 충청권에 기반을 둔 정당은 없다. 과거에는 자유민주연합, 자유선진당, 국민중심당 등 충청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었지만 현재 충청권 기반 정당은 없다. 이 때문에 이런 '지역적 취약점'을 파고들면 의미 있는 3당 출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금 전 의원이 추진하는 정당은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성공 여부 판단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시도나 계획을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당위론으로 접근하기보다 현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성공 여부를 말하려는 것뿐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yulsh@mju.ac.kr
〈필자〉신율 교수는 1987년 고려대를 졸업했다. 막스 베버, 에드문트 후설, 마르틴 하이데거가 공부하고 교수로 지낸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통일연구원을 거쳐 1995년 9월부터 현재까지 명지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국제정치학과 부회장 등을 지냈다.
KBS 생방송 심야토론 MC,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MC, YTN '신율의 시사탕탕' MC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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