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릎 발언' 오역 논란에···WP기자, 尹 인터뷰 원문 전격 공개

정미경 인턴기자 2023. 4. 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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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을 인터뷰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오역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윤 대통령을 직접 인터뷰한 기자가 해당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WP 기자 미셸 예희 리(Michelle Ye Hee Lee) 트위터 갈무리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을 인터뷰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담긴 원문 녹취록을 공개했다. 여권이 해당 발언을 두고 ‘오역’이라는 주장을 펴자 이에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WP 도쿄·서울지국장인 미셸 예희 리(Michelle Ye Hee Lee) 기자는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번역 오류의 문제와 관련하여 인터뷰 녹음본을 다시 확인해 봤다”며 “여기에 정확한 워딩이 있다”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리 기자가 공개한 녹취에서 윤 대통령은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WP는 전날인 24일 윤 대통령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대일 외교를 두고 “유럽은 지난 100년간 수차례 전쟁을 겪었지만 전쟁 당사국들은 미래를 향해 협력하고 있다”며 “100년 전 일 때문에 (일본에) ‘무조건 (용서를 구하라며)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사대로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과거사 문제로 일본에 사과를 강요할 수 없다고 밝힌 셈이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실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 유럽에서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였다며, 인터뷰 발언을 자체 공개했다. WP 기사에 실린 발언과 달리 ‘받아들일 수 없다’의 주어가 빠져 있었다.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인터뷰 발언 중 주어가 빠졌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의 주어가 ‘일본’인데 WP가 ‘나(윤 대통령)’으로 오역했다고 주장했다. 무조건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것은 ‘일본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었다는 뜻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며 “바로 직전 문단에서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든 현안이든 소통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까지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역을 가지고 실제 발언은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나선 것”이라고 WP의 오역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역’ 논쟁에 불이 붙자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리 기자는 기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직접 밝혔다.

WP 기자 미셸 예희 리(Michelle Ye Hee Lee) 트위터 갈무리

한편 리 기자가 WP의 윤 대통령 발언 관련 ‘오역 논란’에 인터뷰 원문을 공개하며 정면으로 반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2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WP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을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서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한다”며 “그러한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In that sense, I consider myself a feminist)”고 답했다.

이른바 ‘이대남’을 겨냥해 여성가족부 폐지 등 페미니즘과 거리를 뒀던 윤 대통령의 기조와 달랐던 만큼 논란이 거세지자 국민의힘 공보단은 “행정상 실수로 전달된 축약본을 보고 쓴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공식 발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리 기자는 인터뷰 원문을 공개하며 “우리는 기사 속에서 전체 답변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반박했고, 국민의힘 쪽은 최종 데스킹을 거치지 않은 답변서가 전달되면서 발생한 착오라고 말을 바꿨다.

정미경 인턴기자 mic.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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