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0.3% 플러스 성장···반도체·중국 불확실성에 여전히 불안

이윤주 기자 2023. 4. 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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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1분기 한국 경제가 0.3% 성장해 지난해 4분기 역성장에서 한분기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고 해외여행이 늘면서 민간소비가 성장률을 뒷받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은 4개분기 연속 성장률을 깎아내리는 효과를 내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시점이 불투명하고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 등이 지연되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성장률이 하반기에도 추세적으로 반등할 동력을 찾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이 0.3%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분기별 성장률은 2020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9개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하다가 수출 급감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 -0.4% 역성장을 기록한 뒤 다시 소폭 플러스 전환했다.

지출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전기대비 0.5% 늘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실내 마스크 해제 이후 여행·공연·관람 등 대면 활동이 늘어나 민간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도 0.2% 늘었고, 정부 소비는 사회보장 현물 수혜 위주로 0.1% 증가했다. 반면 설비투자의 경우 반도체장비 등 기계류가 줄어 4.0%나 감소했다.

수출은 자동차 등 운송장비 호조로 3.8%, 수입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3.5% 각각 늘었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 부문의 부진이 지속됐지만 자동차 등 운송장비와 1차 금속, 2차전지, 화학제품 등이 호조를 보였다. 수입은 화학제품 등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0.3%포인트로 그만큼 민간소비가 1분기 성장률을 높였다는 뜻이다. 반대로 순수출은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 경제 성장에도 타격을 준 셈이다. 특히 순수출의 기여도는 지난해 2분기부터 4개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외환위기 시기 이후 24년만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렸지만 올 1분기에는 0.4%포인트 하락시키는 역할을 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8% 늘어 증가율이 실질 GDP(0.3%)를 웃돌았다. 원유·천연가스 등 주요 수입품 가격 하락폭이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 가격 하락폭보다 커 교역조건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1분기 플러스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본격 회복세를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2월 전망 당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으나, 다음달 하향 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불확실성이 높은 대외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1%대 성장률은 2%대로 여겨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또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등 IT 경기 회복 시점이 불분명한 데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지연되는 등 경기 반등의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의 성장률 자체는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내수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주변국에 미치는 낙수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연간 1.2~1.5%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데 전망이 모아지지만, 일각에서는 0%대 성장률을 점치는 곳도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민간 소득 증대가 뒷받침되지 못한 수요 회복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중심으로 나타난 내수 반등은 재차 둔화될 것”이라며 “중국의 회복도 대면서비스에 집중돼있어 올해 한국의 연간 성장률도 0%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한은은 상저하고 흐름 자체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신 국장은 “불확실성이 많지만, 하반기 IT 부진이 만회되고 중국 경제 회복 영향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 반등 모멘텀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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