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감독대행의 대행, EPL의 현실?

황민국 기자 2023. 4. 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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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감독대행직에서 물러난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손흥민(31)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가 역사적인 대패의 여파로 감독대행까지 경질하는 촌극을 벌였다.

토트넘은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대행 대신 과거 조제 모리뉴 시절에도 한 차례 대행직을 맡았던 라이언 메이슨 코치가 1군 지휘봉을 잡는다고 발표했다.

정식 감독이 임시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번처럼 대행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드물다.

토트넘의 장기적인 전략 부재가 부른 화였다. 안토니오 콘테 전 감독이 구단과 선수단을 자극하자 대안 없는 결단을 내린 게 문제였다.

콘테 체제에서 수석코치를 맡았던 스텔리니 감독대행은 4경기에서 단 1승만 거뒀다. 직전 경기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은 포백 수비로 어설픈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나 1-6으로 대패했다. 다니엘 레비 회장은 “뉴캐슬전과 같은 경기 결과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5위 토트넘(승점 53)은 오는 28일 2경기를 덜 치른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59)와 맞대결까지 패배한다면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재정적 손해를 넘어 주포 해리 케인을 잡을 명분조차 사라진다.

현지 언론은 발전 없는 토트넘의 구단 운영을 꼬집으면서도 EPL의 과도한 경쟁도 문제라 지적하고 있다.

영국방송 BBC는 EPL 출범 이래 매년 지도자의 경질 빈도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22~2023시즌은 역대 최다인 13명의 정식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종전 최다인 직전 시즌의 10명보다 이미 3명이 더 불행을 경험했다.

EPL의 잦은 감독 경질은 20개 구단 사령탑 절반의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2년 이상 재임한 감독은 5명. 최장수 감독은 2015년 10월 리버풀에 부임한 위르겐 클롭이다.

EPL의 감독 경질이 유독 빈번해진 것은 전통의 ‘빅6’가 부진한 것이 원인이다. 토트넘은 그나마 5위로 선방했다지만 리버풀과 첼시는 각각 8위와 11위에 머물고 있다. 첼시는 임시 감독인 프랑크 램퍼드가 부임 4전 전패로 부진하다.

치열한 생존 경쟁도 감독을 파리 목숨으로 만든다. 강등 가능성이 열려있는 하위권 9개 구단에서 감독 교체가 없었던 팀은 강등권인 19위 노팅엄 포레스트(스티브 쿠퍼)와 18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데이비드 모예스)가 유이한데 두 팀 역시 언제 경질 카드를 뽑아도 이상하지 않다. 심지어 꼴찌 사우샘프턴은 지난해 11월 랄프 하센휘틀 감독을 경질한 뒤 95일 만에 후임자 네이선 존스를 잘랐다. 루벤 셀스 현 감독은 무려 이번 시즌 3번째 감독이다.

우승 후보도 꼴찌도 거액의 투자가 가능한 이상적인 환경이 역설적으로 감독을 괴롭히기도 한다. 전세계 갑부들이 EPL 구단주를 맡다보니 약팀이라고 인내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팅엄은 지난해 6월 이후 황의조를 포함해 29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EPL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가 될지도 모른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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