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에서 못 써요”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제한 어디까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역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탄생한 ‘지역화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시행해오다 2019년부터 정부 지원을 업고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할인, 캐시백 같은 혜택에 이용자들이 몰렸다. 특히 코로나19 위기에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되며 존재감을 뽐냈다.
최근 지역주민들에게 효자노릇을 하던 지역사랑상품권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업체로 상품권 사용처를 제한하는 지침을 내리면서다. 소상공인들은 “정책 취지를 살렸다”며 환영하는 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지침 적용을 꺼리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안’을 지자체에 통보했다. 개정안은 연 매출액이 30억 이하인 경우에만 상품권 가맹점 등록을 허용하도록 규정했다. 행안부는 “그간 법상 중소기업인 경우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가능해 대형병원, 대형마트 등 소상공인으로 보기 어려운 곳에서도 상품권이 사용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의 대표적인 예로 하나로마트와 식자재·농수산물도매점을 언급했다.
당초 행안부는 5월부터 개정된 지침을 적용하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시행 시기를 고심 중이다. 특히 농촌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은 하나로마트 같은 가맹점이 제외되면 주민 불편이 커지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
지역사랑상품권법에 따라 가맹점 자격요건 등은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돼 있는데도 정부 지침으로 사용처를 제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 매출 10억 이하 가맹점에 자체적인 할인 정책을 시행 중인 제주도는 당분간 행안부 지침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지자체에 지침 개정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안은 최근 복합 위기에 따른 극심한 매출 저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며 “기대에 찬물을 뿌리듯 최근 일부 마트와 지자체가 정부의 사용처 개선안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미 조례를 개정한 지자체에서도 표심을 의식해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느냐’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연 매출액이 30억원이 넘는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 가운데 5% 미만이다. 하나로마트는 전체 가맹점 287만개 중 0.08%인 2171곳이다. 논란이 잇따르자 행안부는 지난 20일 설명자료를 내고 “지역사랑상품권이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일환인 만큼 주민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사용처를 정책 취지에 맞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행안부는 농민수당 등 정책적 목적으로 발생한 상품권은 기존과 동일하게 하나로마트 등에서 쓸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처럼 비영리·공익적 성격의 사업장도 예외를 인정할 계획이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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