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한 달 맞은 정태영 야심작 '애플페이'…카드사 반응 보니

이선영 2023. 4. 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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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신규 회원 수 20만3000명
수수료 부과 체계 보편화 걱정하는 목소리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애플페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야심작인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 출시 한 달을 넘어섰다. 지난 3월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2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전월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카드사들은 신규 회원 수의 증가세와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원 수 증가가 재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와 애플페이의 수수료 부과로 인해 업계의 수수료 부과 체계가 보편화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3월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20만3000명으로 전업 카드 8개 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중 가장 많았다. 이는 현대카드의 전월 신규 회원 수(11만6000명)의 2배 수준으로 지난달 21일 출시된 애플페이를 도입하면서 신규 회원확보에 가시적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애플페이는 지난달 21일부터 정식으로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페이는 출시 첫날부터 가입자가 몰리면서 먹통 현상을 겪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사과에 현대카드가 꽂힌 사진과 함께 "애플페이 국내 출시 3주간 가입 토큰 수가 200만을 돌파했다"며 "가입자의 이용률은 60%,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는 품귀현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토큰'은 신용카드를 애플페이 기기에 등록할 때 카드 정보를 암호화해 발행하는 번호다. 애플은 카드번호를 애플 서버나 개인 단말기에 저장하지 않고 고유의 기기 계정번호를 생성한 후 암호화 과정을 거쳐 단말기 내부 보안 칩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애플페이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1개 카드 정보를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2개의 기기에 등록했다면 애플페이 토큰은 총 2개가 발행되게 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국내 출시와 함께 약 120개 브랜드가 전용 단말기를 도입했고 현재 10만 개 이상의 매장에서 애플페이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 수 300만여 개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규모다. 교통카드 서비스도 여전히 불가능하다.

카드사들은 출시 한 달을 맞은 애플페이에 대해 각기 다른 평가를 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 내 한 매장에서 애플페이 사용을 알리는 문구가 적혀있는 모습. /이선영 기자

카드사들은 출시 한 달을 맞은 애플페이에 대해 각기 다른 평가를 냈다. 신규 회원 수의 증가세와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A 카드사 관계자는 "신규 회원 수가 많이 늘어난 부분, 젊은 층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측면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의) 긍정적 결과라고 보고 있다"면서 "카드사별로 애플페이 도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고 우리나라 아이폰 시장 점유율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까지 보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 유저들을 회원으로 유치하기 위해 애플페이 도입을 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원 수 증가가 재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현대카드의 국내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9조3077억 원으로 전월(18조9599억 원) 대비 54.6%(10조3477억 원) 늘었으며, 이는 전체 카드사 평균 증가치(53.7%)와 비슷한 수준이다.

B 카드사 관계자는 "재무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것인지는 지켜봐야한다. 간편한 결제 수단이 생겨 아이폰 유저들은 사용하겠지만 애플페이를 위해 아이폰을 쓰는 현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구매력이 높지 않은 10대 고객을 선점하는 데는 좋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미래의 고객 수익성이나 고객을 선점하는데 좋은 영향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애플페이의 수수료 부과로 인해 업계의 수수료 부과 체계가 보편화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애플페이를 의식해 삼성페이 유료화를 검토하면서 카드업계가 수익 악화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C 카드사 관계자는 "가입자 수가 늘고 결제를 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단말기 보급이나 애플페이를 쓰면서 차별화된 혜택이 없다고 보고 있다"며 "그동안 간편결제사들이 별도의 수수료를 청구하지는 않았는데 가맹점 수수료가 극단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수익성이 거의 없는데 애플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애플페이에 대한 로열티가 강해진다면 카드사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삼성페이, 구글페이 등이 수수료를 부과하는 체계를 보편화할 수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는 자체 진행한 '애플페이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50.6%(608표)만 만족한다고 답변했다고 25일 밝혔다. 설문에 따르면 애플페이에 만족하는 응답자들은 '빠른 결제 속도' '편리한 결제방식' '애플워치만으로도 결제 가능' '카드 소지하지 않아 편리함' 등을 만족 이유로 꼽았다. 반면 애플페이에 만족하지 않거나, 보통이라고 응답한 경우 '한정적인 가맹점 및 카드사' '교통카드 미지원' 등을 불만족 이유로 꼽았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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