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 임신중지약 판매 허용…법적 다툼은 계속[플랫]
미국 연방대법원이 경구용 임신중지약인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금지한 하급 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당분간 시장에서 게속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와 미페프리스톤 제조사인 단코연구소가 제출한 긴급 사용 요청을 승인했다.
미페프리스톤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경구용 임신중지약으로, 임신 10주까지 사용할 수 있다. 2000년 사용이 승인된 후 20년 넘게 500만명 이상이 임신을 종료하는 데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 약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시 조치로, 임신중지 반대 단체가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약이 시중에서 계속 팔릴 수 있도록 한 것에 불과하다.
미페프리스톤을 둘러싼 공방은 임신중지 반대 단체인 ‘히포크라테스의료연합’이 지난해 11월 미 식품의약국(FDA)의 미페프리스톤 승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텍사스 연방법원에 내면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판사 매튜 캐스머릭를 염두에 두고 이 소송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임신중지 반대 단체들의 ‘법원 쇼핑’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런 예상대로 캐스머릭 판사는 지난 7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미페프리스톤 판매 및 사용을 중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임신중지 반대 진영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미 법무부는 “기이하고 전례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항소했고, 이는 제5연방항소법원에 이어 연방대법원에서 다시 심리됐다.
대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줌에 따라 미페프리스톤은 관련 소송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시중에서 판매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후 성명을 내고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정치적 공격에 계속 맞서 싸울 것”이라며 “‘로 대 웨이드(Roe vs Wade)’의 보호를 회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의회를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미국 각 주에서는 이와 관련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텍사스, 플로리다 등 공화당 텃밭 지역에선 대법원 판결 후 연이어 임신중지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 주의회는 지난 13일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지하는 임신 6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임신 15주 이후 금지에서 훨씬 강화된 것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앨라배마, 루이지애나,미시시피주는 모든 단계의 임신중지를 금지했다. 조지아주는 6주 이후의 임신 중지를 금지한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핵심 이슈로 부상한 임신중지권 폐기 판결에 이어 임신중지약을 둘러싼 이번 공방은 내년 대선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공개된 마켓대 법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7%가 대법원의 임신중지권 폐기 판결에 반대했다.
▼선명수 기자 sms@khan.kr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은반 위 울려퍼진 섬뜩한 “무궁화꽃이~”···‘오징어게임’ 피겨 연기로 그랑프리 쇼트 2위
- ‘신의 인플루언서’ MZ세대 최초의 성인···유해 일부 한국에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