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착륙 우려 커져… "PF 부실화 주의"

정영희 기자 2023. 4. 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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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부동산 경기 반등, 실수요 요건 충족이 중요하다 - 최근 부동산 경기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아파트의 매매와 전세 가격의 하락률이 둔화되는 추세인데다 가계의 금리 수준 전망이 낮아지고 주택가격 전망도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대두됐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은 매매와 전세 가격의 하락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주택가격 전망은 상승하면서 추후 부동산 경기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상존해 있는 리스크 요인이 심화될 경우 경착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금융안정, 실물경기 부양과 더불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관리와 전세시장 안정 등의 정책 대응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25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경기 반등, 실수요 요건 충족이 중요하다 - 최근 부동산 경기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는 국내 주택매매 가격과 거래량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 반전되면서 2022년 한 해 동안 1.8% 떨어졌으며 올해에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50만9000건으로 2021년 101만5000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3만건을 하회했다.

미분양주택은 분양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 곡선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평균 분양가는 상승하면서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에 비해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비싸지자 초기분양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아파트 미분양
급증하면서 지난 2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7만5438가구까지 증가했으며 이중 지방 비중은 66.8%로 나타났다.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수요가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전세 시장은 위축되고 월세 시장은 확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전국 전세가격은 지난해 -2.5%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반해 수도권 지역 월세의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한 해 동안 2.3% 올랐으며 올해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전월세 거래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월세 거래량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50%선을 넘어섰다.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의 하방 요인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누적효과와 실물경기 침체를 지목했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상환 부담으로 주택 수요가 위축시켰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경제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은 105.4%로 과거 20년 평균(78.3%)을 크게 웃돌면서 가계의 금리 민감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의 금리 민감도가 높은 상황 속에서 주택·전세의 수요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물경기의 침체가 주택 경기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추가 상승 기대감으로 투자수요가 확대되면서 실물경기 둔화에도 집값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집값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실물경기마저 가라앉으면 가계의 소득이 감소하고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하방 압력이 가중된다. 주택가격이 하락 국면에 진입하는 가운데 고물가와 고금리 충격으로 내수 위축이 본격화되며 주택매매가격증감률과 소비자물가증감률 차이를 뜻하는 실질 주택매매가격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가격 급락 역시 부동산 투자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주택 투자수요가 줄고 이에 따라 가격상승 기대감이 떨어지며 집을 파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 최근 전세시장은 금리 인상 여파와 전세사기 등을 원인으로 크게 위축되면서 가격이 크게 내렸다.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하락하며 투자를 원하는 이들의 수도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은 현재 부동산 경기의 하방 압력이 높지만 완화되고 있는 고금리 기조와 주택가격의 하방경직성으로 경착륙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연구원이 부동산시장압력지수(Real Estate Market Pressure Index)를 산출한 결과 2021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32.2포인트를 기록해 기준선(50p)을 하회했다. 부동산시장압력지수가 평균선인 50포인트보다 높으면 부동산 시장의 확장, 오르면 시장의 하방 압력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원 측은주택담보대출금리와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차이를 뜻하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시장 금리가 고점에 달한 이후 하락하고 있어 부동산 경기의 하방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가격 하락기에는 일정 수준 이상 집값이 떨어지면 보유자가 거래를 통한 손해를 기피해 매도를 유보하는 반면 실수요자들의 매수 수요가 발생하면서 가격의 급락이 제한된다.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국내 주택 가격은 단기간 일정 수준까지만 떨어진 뒤 하반기에는 보합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입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 부동산 경기는 향후 'L'자형의 연착륙 형태가 나타나거나 실물경기 회복에 따른 실수요가 충족되면 연말쯤 반등할 수 있다"며 "다만 여전히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있는 가운데 글로벌 은행 위기가 심화될 경우 국내 일부 취약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이 확대되는 점은 부동산 경기 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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