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이우현은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쿠팡 김범석은 ‘안하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형평성 ‘논란’

윤희훈 기자 2023. 4. 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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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중 이우현 OCI 부회장, 외국인 신분 확인
배우자 7명, 2세 31명도 외국 국적 보유
고무줄 기준 논란에…공정위 “동일인 관련 시행령 개정 추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경쟁당국이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을 유보했다. 반면 지난 2018년 화학에너지 전문기업인 OCI 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된 이우현 부회장은 미국 국적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의무와 책임이 발생한다. 기업이 공정위에 제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 허위·누락이 있을 경우, 동일인으로 지정된 기업인에게는 2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형이 부과된다. 기준은 ‘동일인 지정 여부’이다. 동일하게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동일인으로 지정된 이우현 OCI 부회장은 자료 누락 등이 있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되지만, 김범석 쿠팡 의장에게는 처벌이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규정 미비를 이유로 외국 국적자의 동일인 지정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공정위로선 형평성 논란에 부딪히게 됐다.

25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3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서 OCI의 동일인인 이우현 부회장의 미국 국적이 확인됐다. 공정위가 지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동일인 중 외국 국적 보유가 확인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OCI는 2023년 기준 재계 서열 38위의 화학에너지 전문기업이다.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이 창업한 OCI는 이 명예회장이 타계한 후 이수영 회장이 경영했다. 이수영 회장이 2017년 숙환으로 별세한 후 장남이었던 이우현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우현 부회장은 이중국적을 유지해오다 2000년 한국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우현 부회장이 공정위로부터 OCI의 동일인으로 지정된 것은 5년 전인 2018년. 즉 이 부회장은 공정위가 동일인으로 지정했을 때에도 외국 국적자였던 것이다.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놓고 공정위가 ‘외국 국적’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난다.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처음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이후 현재까지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쿠팡의 동일인은 김 의장이 아닌 법인인 ‘쿠팡(주)’으로 지정됐다.

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도적 미비로 외국인 동일인 지정에 관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쿠팡은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데 반발하고 있고 별도 기준 없이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는 김 의장이 국내 쿠팡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이 명백한 데 국적 때문에 동일인 의무를 면하는 것은 국내 기업인들과의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작년 하반기부터 외국인 총수 지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관계부처에서 통상 마찰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무산됐다. 일각에선 대외 관계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외국 국적자의 동일인 지정이 물건너갔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동일인 및 배우자, 동일인 2세에 대한 국적을 조사한 결과, ▲동일인 1명(이우현 부회장) ▲배우자 7명 ▲동일인 2세 31명 등이 외국국적 및 이중국적 보유 중인 것을 확인했다. 현 기업총수의 2세가 경영 일선에 나설 경우, 외국 국적자의 동일인 지정이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 등장과 이중국적을 포함한 외국 국적의 동일인 2세 등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외국인 동일인 지정기준 마련이 필요해졌다”며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동일인 판단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을 연내 제정할 방침이다. 다만 통상 마찰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최근 공정위의 조직 개편 영향으로 지침 제정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업부와 협의 중이지만 언제 완료될 지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대기업집단 지정 때까진 결론이 날 것이라고 확답하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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