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현충일에 식민시대 총독 동상 페인트 테러…경찰 수사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호주의 현충일 격인 '안작(ANZAC Day) 데이' 추모행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19세기 영국 식민시대 총독의 동상이 '페인트 테러'를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시드니 북서부 윈저의 맥쿼드 공원에 세워진 라클란 맥쿼리 뉴사우스웨일스(NSW)주 5대 총독의 동상이 붉은색 페인트를 뒤집어쓴 채 훼손된 사건이 발생했다.
동상의 받침대 주변에도 손바닥 자국과 함께 '인종청소를 명령한 학살자'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맥쿼리는 영국 군인 출신으로 1800년대 중반 NSW주 총독 재임 당시 군사 작전 중 호주 원주민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력 탓에 그의 동상은 2017년에도 '살인자'라는 페인트 글씨로 훼손되기도 했다.
호주에서는 순국 장병을 추모하는 안작데이에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사라 맥마흔 혹스베리 시장은 "새벽 추모 행사 직후에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면서 "아직도 이런 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안작데이는 순국 영령을 추모하는 뜻깊은 날"이라면서 "경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동상에 대한 페인트칠이 이날 아침 6~7시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인근 폐쇄회로(CC)TV와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 팀 캘리 씨는 훼손된 동상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은 다른 정치 의제가 아니라 오직 장병들을 위한 날"이라면서 "누구나 역겹게 여기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주민은 "자유를 위해 싸운 영웅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된 날에 이런 행위는 비겁할 뿐 아니라 모욕적이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안작'은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을 의미하며, 안작데이는 1915년 4월 25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튀르키예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하다 전사한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을 추모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dc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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