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돈봉투 사태 후지다···혁신 계기 삼아야”[위기의 민주당]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2023. 4. 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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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대표 탈당 평가
선언만 안 했지, 정계 은퇴 아닌가
당은 어떤 비판이라도 달게 받아야”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 관련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메신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자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메시지의 위력도 떨어졌다. 여권이 제기한 ‘방탄 프레임’에 당이 강조해온 ‘민생 제일주의’는 가려졌다.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계속되지만 시민의 눈길은 야당으로 향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내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내부 성찰과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돈봉투 사태를 계기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돈봉투 사태의 판단 근거는 국민이 어떻게 보는가이고, 국민은 ‘민주당이 후지다’고 보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지금 지도부를 보고 혁신의 회초리를 들 자격이 있냐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며 “지금은 어떤 비판이라도 달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장 출신인 전 의원은 부산 지역 민주당 현역 의원 3명 중 한 명이다. 2016년 총선에서 4수 끝에 부산 북강서구갑 지역에서 당선돼 재선 고지에 올랐다. 다음은 일문일답.

-돈봉투 사태가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국민은 ‘민주당이 아직도 저러고 있나’ ‘후진 거 아니냐’ ‘어떻게 국민의힘에서 보여줬던 구태를 보여주나’라고 묻는다.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민주당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송영길 전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은 어떻게 평가하나.

“송 전 대표가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면서 검찰 수사에 적극 임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평가한다. 선언만 안 했을 뿐이지 내용적으로는 정계 은퇴 아닌가.”

-장경태 최고위원은 ‘50만원이 한 달 밥값도 안 된다’고 했고,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송 전 대표에게 ‘물욕이 적다’고 했다.

“국민의 화를 돋우는 이야기다. 2008년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돈봉투가 ‘관행이고 밥값이고 실비였다’고 주장했는데도 결국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15년 전 법원에서도 통하지 않았던 주장을 또 한다? 반면교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

-당 지도부가 추가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다.

“집권세력이 검찰권이라는 칼을 이리저리 시도 때도 없이 휘두르는데, 의혹만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제대로 된 사실관계도 나오기 전 아닌가. 잘못과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면 당도 그에 상응해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다.”

-녹취록에 나오는 윤관석·이성만 의원만이라도 탈당을 권유하자는 주장이 있다.

“조만간 의원총회가 있을 것이다. 녹취록에 나오는 분들과 관련된 조치들에 대한 당내 집단지성이 모일 것이다. 이분들이 스스로 결단할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방향을 예단해서 한쪽으로 몰아가는 데 신중해야 한다. 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길어지지 않을 것이다.”

-당은 검찰 수사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어떤 비판이라도 달게 받아야 한다. 그 비판조차도 변화와 혁신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사실 규명에 이르는 과정에서 동원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없다. 우리가 녹취록도 없지 않나.”

-당 혁신 방안은.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성과가 필요하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담아낸 선거제 개편일 수도 있고,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일 수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일 수도 있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는 등 고강도 혁신안을 내기엔 당 지도부 상황과 모순되지 않나.

“지금 지도부를 보고 혁신의 회초리를 들 자격이 있냐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 검찰 수사와 돈봉투 사건은 다르다.”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때부터 스텝이 꼬인 것 아닌가.

“이리 저리 꼬였지만 조만간 질서가 잡혀가리라 본다. 변화와 쇄신을 통해서 총선을 대비하게 되지 않을까.”

-당 일각에선 돈봉투 의혹을 대의원제도 탓으로 돌린다.

“대의원제 때문에 돈봉투 사건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정당법상 정당이 존립하려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대의원)을 두게끔 돼 있다. 대의원제는 정당이 존재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지금은 돈봉투 사태에 대한 부산 지역 민심도 아주 안 좋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는 야당 때려잡기로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하지는 않는 것을 보여준다. 이 국면이 넘어가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취약한 지지 기반이 내년 총선에서 반영되리라 생각한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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