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미약품 '펜탐바디' FDA 임상 신청…항암제 美 도전 시작
한미약품그룹이 새로운 신약 플랫폼 기술 '펜탐바디'의 임상시험을 본격화하며 미국 시장 진출 도전에 나섰다. 펜탐바디 기술이 적용된 신약 분야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항암제다. 이제 현지 시장 진입을 위한 첫 관문인 임상 1상 도전이 시작된 만큼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도전이 성공하면 한미약품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을 통해 미국 시장을 뚫은 '랩스커버리'에 이어 두 번째 플랫폼 기술력도 세계에서 인정받게 된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펜탐바디가 적용된 항암 신약 후보물질 'BH3120'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FDA 심사 절차를 거쳐 연내 임상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BH3120은 '4-1BB'과 'PD-L1'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T면역세포의 활성수용체인 4-1BB를 자극하면 면역세포의 항암작용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4-1BB만 표적하는 항체는 그동안 간독성 등 부작용 문제가 관찰됐다. 하지만 BH3120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PD-L1이 과발현된 암 조직에서 4-1BB 활성화에 의한 면역반응을 끌어올려 부작용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항암제로서 BH3120의 이 같은 차별성은 해당 신약에 적용된 플랫폼 기술 펜탐바디로부터 나왔다. 펜탐바디는 하나의 항체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표적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로 면역 항암치료와 표적 항암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자연적인 면역글로불린G(lgG)와 유사한 구조적 특징을 갖추고 있어 면역원성 및 안정성 등이 우수하며, 생산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3)에서 BH3120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직후 임상 1상 시험계획을 FDA에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AACR에서도 BH3120의 전임상 결과가 발표됐고, 올해가 두 번째 발표였다"며 "이제 임상 도전을 시작할 때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H3120 임상은 한미약품으로서는 랩스커버리에 이어 새로운 신약 플랫폼 기술을 통한 미국시장 도전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FDA로부터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의 최종 허가를 받았는데, 롤베돈에 적용된 기술이 랩스커버리였다. 랩스커버리는 약품의 체내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기술로 롤베돈은 이 기술을 통해 약효지속시간을 3배로 늘렸다. 롤베돈이 미국 출시 후 3개월만에 1000만달러(약 135억원) 매출을 낸 원동력이었다.
항암제를 앞세운 미국시장 도전이라는 의미도 있다. 2021년 전 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1840억 달러(약 240조원)인데 그 중 미국시장이 773억달러(약 95조2500억원)로 가장 비중이 크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의약품 분야가 항암제인 셈이다. 랩스커버리를 통해 미국 시장을 넘은 롤베돈도 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할때 나타나는 면역력 저하 증상을 치료하는 신약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항암제는 아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크고 개발 경쟁도 치열한 만큼 항암제에 대한 FDA의 심사 문턱도 높다"며 "결국 팬탐바디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성을 인정받아야 임상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펜탐바디는 한미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 뒤를 잇는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북경한미약품과 한국 연구진들간 협업을 통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최선의 연구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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