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대신 처우 개선책 들이민 복지부
탄력 근무제 도입하고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으로
‘방문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
간호법 논란된 ‘지역사회’ 취지 살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강행 통과시키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밤낮이 뒤바뀌는 3교대 근무를 탄력 근무제로 전환하고, 신입 간호사 교육을 전담하는 임상 간호 교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방문 간호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의사 진료 보조 인력인 PA간호사(진료지원인력) 관리 방안을 담았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이같은 내용의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발전 협의체’를 꾸리고, 올해 1월 간호학계 전문가 및 대한간호협회 등과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수립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정부는 질 높은 간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병원 근무 겸임교수인 임상간호교수제를 도입하고, 병원에 새로 들어오는 신규 간호사는 1년 동안 임상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병원 근무 적응을 도울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대학을 졸업한 간호사는 원칙적으로 병원 근무 첫날부터 환자 돌봄 업무에 투입돼 왔다.
간호사들이 한 병원에서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간호사를 많이 고용하는 병원에게 재정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지방 병원은 간호사 채용 시 지역가산 등 재정 지원을 주는 식이다. 이 밖에 간호등급제와 간호, 간병통합서비스 제도의 간호사 인력배치기준을 상향 조정해 간호사 1명당 환자를 5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24시간 진료를 위해 도입된 ‘3교대’ 근무에서 벗어나 간호사들이 다양한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을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병원 근무 간호사의 약 82%가 3교대 근무를 하는데, 이 근무표가 수시로 바뀌다보니 근무 일정을 예측하기 어려워 병원 근무 간호사는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울러 병원 현장에서 의사의 진료 보조 역할을 하는 ‘PA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정하고, 현장에서 적용하도록 하는 관리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전국 약 1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되는 PA간호사들은 업무에 숙련된 인력인데, 병원 현장에서 법적 근거 없이 환자 진료를 대신하면서 불안을 호소해 왔다. 이런 고숙련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면 근무 환경이 더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정부는 이 밖에 지역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이 팀을 구성해 방문형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문형 간호 통합제공센터’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법을 근거로 방문형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인력 및 재정 부족과 각 기관별 체계가 분절돼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수십년 동안 간호계가 요구한 숙원을 모두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이번 대책과 별개로 올해 상반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개선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민주당이 추진하는 간호법 통과를 사흘 앞두고 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 법률로 분리해 간호사의 자격·처우 등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으로, 의사·간호조무사 등 다른 의료 분야 직군에서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전날(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되면 의료현장에 혼란이 우려된다”며 통과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강행 통과시킨 간호법을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제동을 걸 경우에 대비한 보완책으로 정부가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항목이 ‘방문 간호 서비스 확대’ 부분이다. 간호법에서 ‘지역사회’ 문구를 두고 의사단체와 간호사단체는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사협회는 지역사회 문구를 근거로 ‘간호사 단독개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고, 간호협회에서는 ‘지역 돌봄’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문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 포함된 방문 간호 서비스 확대가 시행되면 지역사회 문구는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진다.
조규홍 장관은 “정부의 간호인력지원정책이 간호현장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라며 “오늘 발표한 종합대책(안)에 대해 “바로 오늘부터 간호학계 원로·중진교수들의 의견을 듣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참여한 신수지 이화여대 간호대 교수는 “이번 대책은 숙련된 간호사를 현장에 머물게 해서, 그 혜택 환자가 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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