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세그먼트 ETF’ 도입하려 파격 혜택도 검토하는 거래소...그래도 중소형사는 미적지근
어드밴티지까지 고려하지만...비대형사는 고심 중
한국거래소가 우수한 코스닥 기업만 모아놓은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와 관련해 자산운용사에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운용사의 편의를 위해 기존 제도를 수정하고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대형사(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와 달리 중소형사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드라이브를 거는 ETF는 통상 같은 날 상장되는데, 이 경우 투자자들이 대형사로만 몰리기 때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주요 자산운용사의 ETF 담당 임원들을 만나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설명하고 관련 ETF 출시를 논의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란 코스닥 시장에서 재무 실적, 시장 평가,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을 선별하는 제도다. 즉 코스닥 상장 기업 중 우수 기업만 추려 따로 리그를 만든 셈이다. 코스닥에 1600여 개의 다양한 기업이 상장됐다보니 일부 기업의 부실 이슈가 시장 전체로 확산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세그먼트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의 종목 편출입이 불규칙하다는 점이다. 세그먼트는 지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신규 지정을 신청하면, 한국거래소가 심사를 통해 최종 확정하는 구조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2·5·8·11월 등 특정 월을 정해놓고 편출입 종목을 발표하는 것과 달리, 세그먼트는 코스닥 기업의 신청에 따라 편출입 종목이 언제든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바탕으로 하는 지수인 코스닥 글로벌 지수가 출렁이는 것으로 연결된다. 지수와의 괴리율이 3개월 이상 벌어지면 상장폐지까지 될 수 있는 ETF 업계에서 지수의 변동성은 여간 예민한 문제가 아니다. 이 탓에 지난해 11월 세그먼트 제도가 시행됐지만, 관련 ETF는 이달까지 전무했다.
한국거래소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최근 세그먼트 리밸런싱(재조정) 시기를 고정하는 안을 운용사 측에 제안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운용사가 (세그먼트) ETF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고민하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지수를 따라가게 운용할 수 있도록 보완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운용사가 1년에 상장할 수 있는 ETF 개수에 세그먼트 ETF는 포함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운용사의 ETF 출시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한국거래소 규정상 명문화돼 있진 않지만, 사실상 개수 제한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형사는 1년에 13개 내외다. 이와 관련해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세그먼트 ETF를) 슬롯에 포함하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ETF를) 안 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형 운용사는 어드밴티지 도입에도 불구하고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형사와 동시 상장하면 스포트라이트는 대형사에만 쏟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9일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신탁·한화자산운용이 동시에 상장시킨 단일 채권 ETF가 대표적 예다.
단일 채권 ETF 상장 일주일 동안 개인은 미래에셋과 삼성자산운용에서 나온 ETF를 각각 28억원, 6억원 순매수했다. 한국투자신탁과 한화자산운용은 순매수 규모가 1억8000만원, 1억6000만원에 그쳤다. 한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동시 상장은 삼성·미래에셋에만 좋은 일”이라며 “같이 (상품을) 출시하면 (중소형 운용사의 상품은) 묻힌다”고 말했다.
글로벌 세그먼트 ETF가 매력적인 상품이 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중소형 운용사들이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우수 기업이라고는 하나 투자자 수요가 적은 코스닥 기업을 모아놓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코스닥150 지수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올해 들어 코스닥 글로벌 지수는 36.60% 상승했고, 코스닥150 지수는 34.28% 올랐다. 또 다른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내년까지 ETF 출시 타임라인이 꽉 찼는데, 기존 계획을 바꿀 만큼 (세그먼트 ETF가) 상품성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중소형 운용사가 함께 상품을 내놓아야 글로벌 세그먼트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요 운용사가 함께 상품을 내놓아야 경쟁이 붙어 수수료가 내려가는 등 투자자 편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ETF를 포함해 모든 시장에서 독과점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수수료든 상품이든 업체 간의 경쟁이 활발할 때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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