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대로 보폭 넓히는 챗GPT…'인간 정치인'도 대체?
'정치 편향성' 논란에 뿔난 지지층…좌우 진영서 맞춤형 챗봇 개발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작문과 번역, 수학문제 풀이를 넘어 정치 무대로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각국 국민들이 챗GPT를 잣대로 자국 정치인들을 평가하고 각종 의정 활동 전반에 챗GPT가 활용되면서다. 이에 챗GPT가 과연 '인간 정치인'도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AFP 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9일 중의원 회의에서 느닷없이 챗GPT와 한판 대결을 벌여야 했다. 대정부 질문에 참여한 야당 의원이 자신의 질의는 물론 총리 모범 답변까지 챗GPT로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나카타니 카즈마 입헌민주당 의원은 챗GPT로 작성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신종인플루엔자 특별법 개정안 발의와 관련한 입장을 기시다 총리에게 물었고 기시다 총리는 "관계자들의 의견과 요청에 충분히 응할 수 있도록 법안이 개정됐다"고 답했다.
그러자 나카타니 의원은 "챗GPT는 '지자체와 보건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며 "총리보다 챗GPT가 더 성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시다 총리는 "관계자 이름은 내가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말하며 체면을 구겨야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보다 더 치욕스러운 소리를 들었다. 지난 17일 소피 비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 사무총장은 연금 개혁 강행을 시사한 마크롱 대통령의 TV 연설에 대해 "도대체 어느 행성에 살고 있느냐"며 "수백만명의 시위 노동자들이 그에게 한 말을 알아 듣지 못한 것 같다. 연설 내용을 챗GPT가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 AI 규제 법안조차 챗GPT가 발의…'가치 판단 맡겨선 안된다'는 지적도
각국 정상들이 챗GPT와 비교당하며 진땀을 빼는 사이에 의회 의원들은 자신의 의정 활동에 챗GPT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지난달 낸시 매이스 미국 하원의원은 AI 기술 개발과 관련한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AI가 인류에 위험이 되는지, 아니면 단순히 공상과학 소설만 쓰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매이스 의원은 약 5분 동안 이같은 AI 기술의 잠재적 해악을 격정적으로 열거한 뒤 "연설에 사용된 모든 단어는 챗GPT로 생성했다"고 밝혀 청중을 놀라게 했다.
연설문 작성을 넘어 아예 법안 발의까지 챗GPT가 도맡아 한 사례도 있다. 배리 파인골드 미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은 지난 1월 챗GPT를 사용해 AI 기술을 규제하는 법안을 작성해 주 상원의회에 제출했다. AI 기업이 알고리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위험성 점검 조치를 시행할 것을 규정한 파인골드 의원안은 AI가 세계 최초로 만든 법안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연설문 작성부터 법안 발의까지 해내는 챗GPT이지만 인간 정치인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첨예한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조정하려면 고도의 가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앤 뮤웨즈 네덜란드 레이던대 교수는 지난주 현지 법률저널에 기고글을 내고 챗GPT가 법안 초안을 작성할 수는 있지만 입법자들이 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뮤웨즈 교수는 기고글에 챗GPT를 사용해 본 결과 "편견과 윤리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챗GPT로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이익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 '입맛에 맞는 답변 안한다' 불만에…챗GPT 길들이거나 AI 개발 착수 한편 챗GPT는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열혈 지지층들 사이에선 자신들의 정치 성향에 맞는 새로운 AI 챗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챗GPT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칭송하는 시는 기꺼이 작성했지만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시를 작성해달라고 하자 "당파적이거나, 정치적인 콘텐츠는 생산할 수 없다"며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러한 논란에 격분한 일론 머스크는 지난 1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좌파 프로그래머들이 챗GPT를 설계했다고 주장하며 정치적 편향성을 제거한 새로운 AI 챗봇인 '트루스GPT'(truth GPT)를 선보이겠다고 공헌했다.
반면 벨기에 풍자 웹사이트인 '노르드프레스'를 설립하고 빈센트 플리버스티어란 가명을 사용하는 개발자는 챗GPT에 노동자 입장에서 대답하라는 명령어를 주입해 챗GPT를 '마르크스주의 AI'로 개조했다고 밝혔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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