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메리츠' 메리츠금융 통합 출범… 시총 10조, 우리금융 넘겼다

메리츠금융 사옥./사진=뉴스1

메리츠금융지주가 25일 메리츠화재에 이어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통합지주사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 메리츠금융은 시총 10조원을 육박하며 우리금융지주를 넘어선 대형 금융주로 올라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주식은 1대 0.16 비율로 메리츠금융 주식으로 전환된다. 소수점은 제하고 변경돼 7주 이상 소유해야 새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 소수점만큼의 지분은 25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달 이내 현금으로 지급된다. 메리츠증권은 상장폐지된다.

메리츠금융 주가는 지난 11월 합병을 발표한 이후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2만원대 머물렀던 주가는 25일 4만7600원까지 치솟았다. 24일 종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시가총액은 9조4450억원으로 10조원을 육박한다.

유동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8조원 수준의 우리금융을 넘어서는 셈이다. 메리츠금융보다 시가총액이 큰 금융지주는 KB금융(19조8527억원), 하나금융지주(12조3095억원)만 남는다.

메리츠금융이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이유는 그룹 내 재무 유연성 및 효율화를 위해서다. 100% 자회사 구조일 경우 중간배당과 유상증자를 통해 1~2주 안에 그룹 내에서 자본 재배치가 가능하다.

반면 계열사가 모두 상장해 있는 경우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배당을 받고 유상증자하는 과정에 최대 1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 이에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도 지주사만 상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앞서 조정호 지주 회장은 지분율이 79%에서 40%선까지 하락함에도 그룹 내 이익이 크다고 판단, 완전 자회사 합병을 단행했다.

메리츠금융은 이번 통합지주사 출범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 확대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도 메리츠증권·화재·캐피탈은 9000억원을 선순위 출자해 롯데건설 유동성 공급을 위한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 자금을 조성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주사 합병으로 계열사 간 소통과 협업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부 계열사 임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컴플라이언스 등 복잡한 절차가 소요됐고, 이는 최근처럼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의사결정 비효율을 극대화하는 요소"라며 "메리츠 측에서 비효율을 가능한 빨리 제고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금융은 이날 단일 상장사로서 '원 메리츠(One Meritz)'를 완성하기 위해 주주 친화적인 홈페이지를 새롭게 선뵀다. 특히 '숫자로 성장을 보여주겠다'는 영어 문구를 전면에 배치해 대주주 1주와 일반주주 1주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메리츠금융과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통해 이전보다 유기적인 재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앞으로 서로 간의 시너지와 전문성을 제고하고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기 위해 금융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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