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한기정 “쿠팡 김범석·OCI 이우현 ‘외국인’이지만 차이 있어”
“기업집단 지배 자연인이 ‘외국인’이란 점서 일견 유사”
“OCI 동일인 친족 경영 참여… 변경시 규제 공백 문제”
“이우현, 동일인 지정 이후 ‘변경 의사’ 표명한 적 없어”
“김범석은 동일인 지정 반발 중… 관련 규정 만들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우현 OCI 부회장을 ‘외국인 동일인’(총수)의 사례로 뒤늦게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OCI의 대기업집단 지정이 이뤄진 2018년부터 총수로 지정됐지만, 공정위가 이번에 처음 미국 국적인 것을 발견하면서다. 그런데 이는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하며 “규제 미비로 외국인은 총수로 지정하기 어렵다”던 공정위의 입장과 다소 배치돼 논란이다.
하지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두 사례 간 차이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며 “OCI·쿠팡 모두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존재하고, 그 해당 자연인이 외국인이라는 점에서는 일견 유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동일인 친족의 경영 참여 여부 ▲자유무역협정(FTA) 분쟁 가능성 ▲법인의 국내·해외 여부 등을 그 차이점으로 제시했다.
한 위원장은 외국인 동일인 지정 사실이 이번에 새로 밝혀진 OCI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대규모기업집단 지정과 동일인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한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OCI의 동일인이 미국 국적이다. 저번 쿠팡 사례에서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외국 국적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동일인 지정이 되지 않았는데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닌가.
“OCI와 쿠팡 모두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존재하고 그 해당 자연인이 외국인이라는 점에서는 일견 유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저희는 세 가지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규제 대상 회사의 범위다. OCI는 동일인 친족이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기업집단이다. 그래서 동일인을 법인으로 변경하게 되면 규제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쿠팡은 김범석의 국내 개인 회사, 국내 친족 회사가 없는 상황이어서 사익 편취의 규제 대상의 범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이다.”
―통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가.
“FTA 분쟁 가능성 관련해서 OCI는 이우현으로 동일인이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공정위는 2021년부터 기업집단 측의 동일인 변경 의사를 조회하는 절차를 운영 중인데, 그 조회 결과에 따라도 변경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쿠팡은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별도의 기준 없이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경우에는 가령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투자자 국가분쟁, 소위 ISD 소송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로 최상단 회사 관련해서 쿠팡은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쿠팡Inc가 미국 법인이다. 그러나 OCI의 경우는 국내 법인인 OCI주식회사가 최상단 회사에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면 OCI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 OCI에 대해서는 지금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이 됐고 그것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쿠팡의 경우 동일인으로 지정돼야 하지만 제도적으로 미비해서 지금 못 하고 있다는 말인가? 앞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쿠팡을 지정하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
“외국인 동일인 지정에 관한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쿠팡의 김범석을) 지정하는 것은 통상 마찰 문제가 있다는 큰 전제가 있다. 아까 국내 통상 마찰 여지를 최소화하면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시행령이 개정된다고 해서 쿠팡의 김범석이 동일인으로 지정된다고 예단할 문제는 아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행령 개정 추진 내용을 보고 그에 따른 요건, 효과에 따라 정해질 문제다.”
―외국인 동일인 지정 관련해 관계부처와 협의한다고 했는데 어떤 논리로 설득할 계획인가.
“지난해 말부터 산업부 등과 관련해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말 산업부는 전문가 자문을 거친 법률 검토 결과를 위원회에 송부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국제통상 규범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전달해 왔다.
공정위는 산업부 측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 협의안을 지난 1월 제시한 바 있는데, 산업부는 여전히 통상 마찰 우려가 해소되지 못했다는 입장을 취한 바가 있다. 그래서 공정위는 또 그 의견을 받아서 통상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동일인 판단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미비하고 예측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
“1987년부터 현재까지 동일인 요건이나 정의와 관련해서 법에 규정이 있지만, 추상적인 상태다. 동일인의 정의나 요건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021년부터는 실무적으로 동일인 확인 절차를 운영해 왔으나, 이것도 명문화된 규정은 없는 상태다.
지난 14일 기업집단 네트워크를 통해서 전문가·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받은 상황이다. 조만간 이 제정안을 확정하고 행정예고 등 입법 절차를 진행해서 올해 중에 제정을 완료하고 내년에는 동일인 관련된, 동일인 지정 관련해서 조금 더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외국 국적을 보유한 7개 집단, 동일인 2세가 외국 국적 또는 이중국적을 보유한 16개 집단의 이름과 명단 공개가 가능한가.
“개인정보라 밝히기 어렵다. 배우자나 동일인 2세는 공인이 아니라서 비밀엄수 의무가 있다. 업무상으로 파악하는 것과 별개로 공개적으로 외부에 알리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저희가 외국국적을 파악한 이유는 보통 배우자가 동일인이 되는 경우가 최근에도 2번 정도 있었다. 또 동일인 2세 중에서도 승계 가능성이 있는 2세들이 있기 때문에 파악한 것이다. (외국국적이) 상당수 많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두나무의 경우 고객예탁금을 자산으로 포함시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는 것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자산거래가 금융업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현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혹시 검토하는지 궁금하다.
“가상자산회사의 경우 고객 예치금을 자산총액에서 제외해야 할 법적 근거가 현재 없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서 가상자산 거래 회사는 다른 금융·보험사와 달리 고객 예치금에 대해서 엄격한 건전성 규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함께 고려가 됐다. 이런 부분이 같이 개선돼야 고객 예치금을 자산총액에서 제외하는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개정 관련해, 불공정 관행이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는데 규제 완화로 사각지대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한 의견 듣고 싶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조정으로 인해 결국 공시제도를 통한 시장의 감시 기능이 약화하거나, 또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지난 달부터 이에 대한 전문가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 제도의 운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특별히 더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부당 지원 행위와 관련해선 기업집단의 규모나 지정 여부와 관계 없이 적용되니까 이 문제에 대한 감시나 차단은 여전히 가능할 것이라고도 본다. 중견 집단의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한 사건 처리도 그간 공정위가 충실히 해온 만큼, 앞으로도 그런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법 집행을 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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