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타이완에서 일 터지면, 경제적으로 흔들리는 건 한국
오늘 첫 순서로, 대만 사태에 대해서 짚어봅니다. 국제정치나 군사적으로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죠. 그런데 실제로 그 지역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럽에 우크라이나 일로 1년 넘게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데, 바로 코 앞에 대만에서 문제가 생기면 더 어려움이 커지겠죠.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상상하지 못했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깐깐남에서는 팩트와 의견/추정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두 가지를 섞다 보면 어떤 부분까지가 진짜 상황이고 어디서부터가 가정인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뭔가 의도가 섞였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서는 팩트와 의견을 최대한 나눠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우리와 대만과 관련해서, 크게 세 가지 기본적인 경제 팩트부터 정리를 하겠습니다. 첫째, 한국은 섬입니다. 지리적으로는 북쪽으로 대륙과 연결돼 있긴 하죠. 하지만 북한이 있어서 차나 기차로 물건을 실어 나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 99.7%의 물건은 배로만, 바다로만 들여올 수 있습니다.
둘째, 이 해상 운송 라인에서 우리는 종착점, 골목 끝집입니다. 중동에서, 호주에서, 미국에서, 크게 세 방향에서 배들이 들어오는데, 우리 앞에는 동남아시아라든가 먼저 물건 받는 나라들이 있는데, 우리는 맨 나중입니다. 중간이었다면, 골목 맨 앞집이었다면, 만약에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뒤에 있는 나라들한테 "내가 못 받으면 당신들도 못 받는 거니까, 함께 모여서 대책을 좀 짜야겠는데요"하고 말을 붙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골목 끝집에 사는 입장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같이 걱정하고 고민해 줄 나라는 사실상 없습니다.
셋째, 지금까지 이런 우리의 처지를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건, 미국 덕이었습니다. 2차 대전 이후에 미국이 전 세계에 압도적으로 해군을 배치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룰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자기 나라를 위해서였든 어쨌건 간에, 골목 끝 섬나라에 사는 우리는, 가장 큰 혜택을 누려온 게 사실입니다.
결론으로 바로 가자면, 대만에서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까지 살펴본 이 세 가지 상황이 다 흔들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곤란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만 문제로 우리나라에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강도 1부터 강도 10까지 있을 수 있는데, 바로 10으로 가보겠습니다. 가장 위험하고 곤란한 상황으로 말이죠.
이 모습은 배들이 전 세계 바다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특히 지금 표시되는, 중동에서 우리나라까지 오는 바닷길은, 바닷물 색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배들로 빽빽하게 차있습니다.
조금 더 확대해 보죠. 배가 하도 많아서 우리나라와 대만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라서 따로 표시를 해봤습니다. 특히 대만과 중국 본토 사이, 대만해협에 배들이 꽉 차 있죠. 중동 유럽에서 오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로 오는 전체 물건 중에 33%가 이 바닷길을 통해서 들어옵니다. 그리고 특히 중요한 원유와 LNG는 60% 이상입니다. 대만과 대만 해협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면, 바로 이 공급망이 위협받고, 심할 경우에는 끊길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 팩트에 기반해서,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에게 어떤 경제적 문제가 생길 수 있나, 추정을 해보죠. 대한민국 해군이 다섯 달 전에 분석해 놓은 결과가 있습니다.
역시 석유와 LNG가 문젭니다. 여기서만 하루 3천 2백억 원 손실이 나고, 주요 자원들 공급 문제를 합쳐서 전체 경제에 1일 당 4,500억 원 손실이 날 것으로 계산이 됐습니다. 1주일이면 3조 원, 한 달이면 13조 원입니다. 공급망이 흔들린 것만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기타 다른 문제들은 빼고 말이죠.
이게 강도 10 상황이냐, 아닙니다. 시작일 뿐입니다. 이 대만 해협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는 이제 아셨을 겁니다. 그런데 중국이 결국 대만을 차지했다고 해보죠. 그러면 우리 경제에 필수적인 이 해역은 이제 완전히 중국 관할이 됩니다. 그리고 반대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는 끝나는 걸 의미합니다.
여기서 새로운 팩트를 하나 짚어보죠. 중국이 1980년대부터 구상해 왔던 지도가 있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도련선, '섬 도'자와 '이을 련'자를 써서, 그러니까 바다에 섬들을 이어서 선을 그은 겁니다. 중국 해군이 중장기적으로 이 영역까지 활동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을 밝혀 놓은 겁니다.
제1도련선까지, 그러니까 서태평양을 먼저 차지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제2도련선까지, 그러니까 미국과 태평양을 반으로 나누는 선까지 나아가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대만을 차지하겠다는 건, 제1도련선을 완성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이 왜 이런 구상을 하는 건가, 중국 지도를 잘 보면 답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동안 봐왔던 지도 말고, 베이징의 입장에서 나라 밖을 바라보는 형태로 바꾼 지도를 보면 말이죠.
중국도 나라가 커질수록 바다로 나가서 힘을 뻗치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나라 밖을 바라보면 좌우가 막혀 있습니다. 왼쪽 공간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막혀 있고, 오른쪽은 필리핀으로 막혀 있죠. 세 나라 모두 미군이 기지를 갖고 틀어막는 형국입니다. 그렇다면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은 단 하나, 대만 방향 밖에 없습니다. 지금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새로운 추정을 해보죠. 중국이 그래서 결국 대만을 차지하고 서태평양 지역을 차지해서 제1도련선을 완성했다고 말이죠. 그러면 이 영역에서 미국은 이제 밀려났다는 뜻이고, 중국은 이 힘을 더 과시하려고 들 수 있습니다. 내 영역을 지나다니는 나라들을 통제하려고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팩트로 넘어가 보죠. 위에 지도는 우리나라가 중동에서 석유를 가지고 오는 바닷길을 표시한 겁니다. 크게 고비 세 곳을 거쳐야 합니다. 중동을 출발하고 나서 인도 밑을 지나서, 말라카해협을 거쳐서, 대만 해협을 지납니다. 인도-말레이/인도네시아-중국 영향권을 지나는 겁니다.
그런데 이 길은 중국에게도 중요합니다. 원유를 가져오려면 똑같이 거쳐야 하는 길이니까요. 그런 만큼, 유사시에 미국은, 특히 말라카해협을 틀어막고 중국으로 가는 물건들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논의하는 글들도 이미 많고요. 한국어로 번역해 보면 이런 식입니다.
▶ 출처
[ https://www.geopoliticalmonitor.com/invading-taiwan-is-no-easy-task-for-beijing ]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우리나라로 오는 물건들은 괜찮겠냐는 겁니다. 당연히 중국은, 미국에 유리하게 쓰일 수 있다는 명분으로, 한국으로 오는 물건도 막아 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대만을 차지한 이후에도, 그런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는 중국의 손이 뻗치지 않는 영역으로 배를 빙 둘러서 다녀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50년 된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를 대신해서 이 시나리오를 돌려본 적이 있는데, 결과는 이렇습니다.
유조선을 싱가포르에서부터 동쪽으로 돌려서 인도네시아 안쪽과 필리핀 안쪽을 통과시키는 방법입니다. 거리로 6,400 킬로미터로 불어나면서, 34시간이 더 걸립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가지고 올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7166892 ]
김범주 기자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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