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이 미야케, 일본과 서양 전통 결합 새 조형미 창조[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2023. 4. 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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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등 일본 전통적 스타일 재해석 … ‘플리츠 플리즈’로 세계적 반열에 올라

류서영의 명품이야기
이세이미야케②

이세이미야케의 pleats please(사진②) 사진출처 ; instagram pleatspleaseisseymiyake


조형(造形)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해 구체적인 형태나 형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패션에서 조형은 무엇일까. 패션에서 형태와 형상은 어떻게 표현할까. 패션에서 형(形)은 단순히 형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의미와 상징이고 인간의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표현해 주기도 한다.

복식 디자인에서는 선·형태·색채·소재·문양 등이 조형 요소가 된다. 복식에서 조형 요소들은 우리의 신체에 밀접하게 관련된 환경이고 일상생활과도 관련돼 있다. 그런 점에서 생활 조형으로 분류되며 복식이 조형 예술의 한 분야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세이 미야케 작품의 조형성을 살펴보면 일본 전통 복식에 나타나고 있는 조형 요소를 토대로 하는 평면 재단과 직선적인 라인, 레이어드(layered)에 의한 착장법, 빅 룩(big look), 무채색 컬러, 소재 등이다. 이렇듯 일본 전통 복식의 조형적 특징들이 이세이 미야케 작품에서 단순히 활용된다는 측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의 창조와 함께 일본 전통 복식의 조형성과 서양의 전통을 성공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조형미를 만들어 현대 패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사상가인 야나기 무네요시(일본의 민예 연구가이면서 미술 평론가)는 중국을 형(形)의 예술, 한국을 선(線)의 예술, 일본을 색(色)의 예술이라며 일본 예술에서 색의 미적 특징을 강조했다. 일본 전통 복식에서의 가장 특색 있는 미적 감각은 바로 색을 겹쳐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레이어드에 의한 배색미’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동양의 복식은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착장 방식이 보편화돼 있고 일본에서도 방한과 예장용으로 여러 겹의 옷을 겹쳐 입었다. 헤이안 시대(간무 덴노가 현재의 교토인 헤이안쿄에 천도한 794년부터 1192년까지)의 주니히도에(일본 전통 여성 복식의 하나로 헤이안 시대 후기의 황족과 귀족 부인들의 정장 겸 대례복)를 중심으로 형성된 색채 미학은 사계절의 꽃·나무 등과 같은 풍물을 직접적으로 사용해 일본의 복식사상 가장 아름답고 호화로운 복식 미학을 형성했다. 이세이 미야케는 이러한 일본의 전통적인 레이어드에 의한 배색 스타일을 자신의 작품에 받아들이고 재해석했다. 


이세이미야케의 bouquet colors 사진출처 ; instagram pleatspleaseisseymiyake



‘옷의 한 조각’이라고 칭한 사각형 의복 개발

이세이 미야케의 가장 큰 업적은 일본의 전통 유산을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결합해 자신의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구현했다는 것이다. 이세이 미야케의 의복은 인체에 활력을 부여하며 기모노의 정신에 따라 신체와 의복 사이의 공간을 이용한 자연스러움과 자유를 추구했다.

소재의 조각가로 불리기도 했던 이세이 미야케는 1970년대 일본의 민속 문화와 전통 텍스타일에 대한 관심과 함께 몰두했던 것은 기모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옷의 한 조각(A piece of cloth)’이라고 칭한 소매가 붙은 사각형 의복을 개발한 것이다. 1980년대 중반에는 ‘보디웍스(Bodyworks)’라는 타이틀로 신체의 형(形)과 의복 간의 관계를 연구했다.

섬유 유리(fiber glass)로 만들어진 빨간색의 뷔스티에(어깨끈이 없는 가슴을 감싸는 부분 밑으로 상의의 일부가 연결된 여성용 속옷)는 이상화된 여성의 몸으로 제2의 피부와 같은 소재로 구속되지 않는 신체의 자유를 표현하려고 한 보디웍스 프로젝트의 하나였다(사진①). 보디웍스는 보다 실험적인 디자인과 테크닉 그리고 소재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극적인 전시로, 도쿄·런던·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다. 

1988년 이세이 미야케는 다양한 플리츠 의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세이 미야케의 가장 성공적이었던 컬렉션인 ‘플리츠 플리즈(Pleats Please)’는 소재 감독인 마키코 미나가와와 일본 텍스타일 공장과 협업해 만들어졌다(사진②). 이 플리츠 디자인 시리즈로 그는 디자인과 테크닉, 그리고 소재의 독창성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입는 사람에 따라 고유한 실루엣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의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섬유 유리로 만들어진 빨간색 뷔스띠에로 이세이미야케의 Bodyworks 프로젝트(사진①) 사진출처: TOPIC/CORBIS



‘플리츠 플리즈’, 오늘날 이세이 미야케 있게 해

‘플리츠 플리즈’로 이세이 미야케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됐을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가 만든 플리츠가 의복 제작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세이 미야케는 이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소재는 재단돼 봉제되기 전에 주름이 잡힌다. 하지만 이세이 미야케는 그와 반대로 의복을 정 사이즈의 2배 반에서 3배 정도로 재단하고 조합한 후 그 완성된 형태에 주름을 줘 그 제작 과정을 반전시켰다.

결과적으로 나타난 그 의복은 두 장의 종이 안에서 프레스에 압착돼 영구적인 주름을 보여준다. 이러한 단순한 방법상의 반전은 재료·형태·기능이 완전히 새로운 의복을 생산해 냈고 ‘플리츠 플리즈’는 오늘날 이세이 미야케를 있게 했다. 이세이 미야케의 혁신적인 주름 옷은 트렌드를 넘어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의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가볍고 편안한 폴리에스터나 트리코트 저지와 같은 소재를 이용해 아름다운 주름을 잡아 입는 사람에 따라 고유한 실루엣을 만들어 내는 이 디자인은 성공했다. 특히 ‘A-POC(A piece of cloth의 약칭)’은 무봉제로 소재의 낭비 없이 사용자에 의해 재단되는 긴 튜브 형식의 의복으로, 패션의 미래를 보여주는 혁신적 디자인의 진수다. 이세이 미야케는 “디자인은 상업과 혁신을 연결시킨다”고 말했다. 

참고 도서 : ‘이세이 미야케 작품에 나타난 조형성에 대한 연구, 이선희, 한복문화13권 2호’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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