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코프로 뜨고 두나무 졌다… 포스코 13년만에 5대 그룹 진입
신산업·해운·유통 순위 상승… 보험·가상자산 하락
미국 국적 쿠팡 김범석, 제도 미비로 3년째 총수 미지정
쿠팡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온라인 쇼핑·유통업의 성장에 힘입어 재계 순위를 53위에서 45위로 끌어올리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게 됐다. 코스닥 시가총액 선두인 2차전지 업체 에코프로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 진출했다.
반면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가상자산 시장의 불황으로 재계 순위가 17단계 하락하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빠지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달 1일자로 82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25일 밝혔다. 82개 기업집단 중 48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대기업집단은 지난해보다 6개 늘었고, 집단에 속한 소속회사는 2886개에서 3076개로 190개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운 운임은 상승하고 비대면 시장은 확대됨에 따라 해운·유통업은 활황이었던 반면, 금리 인상으로 인해 보험 및 가상자산업은 부진을 겪은 상황이 올해 재계 순위에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등 신산업 관련 기업도 크게 성장했다.
올해 신규 지정된 대기업집단은 LX와 에코프로, 고려에이치씨, 글로벌세아, DN, 한솔, 삼표, BGF 등 8개다. 이 가운데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 전기차용 방진 부품을 제조하는 DN의 자산총액은 1년 전보다 59%, 76% 증가하며 자산총액 기준 순위 62위, 7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LG로부터 분리한 LX는 자산총액 11조 3000억원으로 상출제한기업집단에 직행했다.
해운 주력 기업인 장금상선은 자산총액을 9조 3000억원에서 12조 5000억원으로 불리며 상출제한기업집단에 진입했다. 해운 기업인 HMM의 재계 순위도 지난해 25위에서 19위, SM은 34위에서 30위로 올랐다. 쿠팡 역시 자산총액이 11조 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29% 성장하며 상출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반면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자산총액이 5조원 미만으로 감소하며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교보생명보험과 두나무의 자산총액도 1년 전보다 각각 35.5%, 31.5% 감소하며 상출제한집단에서 대기업집단으로 전환됐다. 현대해상과 교보생명은 금리 상승에 따른 보유 채권의 가치 하락,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수익과 고객 예치금의 감소로 자산총액이 줄었다.
상위 5대 그룹의 순위도 변화했다. 올해 자산총액 기준 5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로, 2010년부터 5위를 지켰던 롯데는 6위로 내려앉았다.
다만 공정위는 “포스코는 물적 분할 이후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포스코 주식 가치 약 30조원이 자산으로 추가 산정돼 자산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명목상 자산이 늘었지만 실질 자산이 크게 변화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쿠팡이 대기업집단에서 상출제한기업집단으로 올라섰지만,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은 올해도 총수(동일인)로 지정되지 않았다. 동일인은 공시 의무 등을 지게 된다. 미국 국적을 보유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제도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공정위는 2021년 쿠팡이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후 3년째 김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반면 공정위는 올해 처음으로 동일인, 배우자, 동일인 2세의 국적 현황을 파악했는데, 2018년 OCI 동일인으로 지정된 이우현 OCI 부회장이 미국 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있는 기업집단 중 동일인이 외국 국적을 보유한 사례는 이 부회장이 유일했다. 배우자가 외국 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7개, 동일인 2세가 외국 국적 또는 이중국적을 보유한 집단은 16개, 31명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OCI와 쿠팡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OCI는 동일인의 친족이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해 동일인을 법인으로 변경하게 되면 규제 공백이 발생한다”며 “그러나 쿠팡은 국내에 김 의장의 국내 개인, 친족 회사가 없어서 쿠팡 법인이든 김 의장이든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에 따른 규제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OCI는 동일인 변경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쿠팡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고, 별도의 기준 없이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투자자 국가 간 소송(ISD)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하반기 외국인 동일인 지정 근거 및 기준을 마련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통상 마찰 우려를 제기해 무산된 바 있다. 공정위는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의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박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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