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미 확장억제 별도 성명 추진…북 오판 막을 결정적 계기 돼야
(서울=연합뉴스)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담은 별도 성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별도의 문건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보다 진전된 확장억제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두 정상은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의 맥락에서 확장억제 문제를 다루는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양국은 매년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통해 핵우산 등 확장억제 의지를 밝히고 있고, 과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다룬 바 있으나 이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 정상 차원에서 문서로 작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확장억제'는 제3국이 미국의 동맹에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의 억제력을 미 본토 수준으로 확장해 동맹에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 방문과 관련해 확장억제의 실효성 강화를 최우선 의제로 삼고 있다. 성명이 나온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의지와 실행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동시에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긴장 완화와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점차 노골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비춰 별도의 성명 채택은 시의적절한 조치이다. 북한의 무력 도발은 지난해부터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탄도미사일을 아홉 차례나 발사했다. 최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지도를 펼쳐 놓고 '전쟁억제력'을 언급하는 등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을 대놓고 위협했고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기도 했다. 수십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이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수단들을 고도화하면서 국민들의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현 가능성과 관계 없이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지는 이유이다. 국제 정세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미국의 말만 믿고 있기에는 불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체 핵무장은 정당성 여부를 떠나 국제사회의 가혹한 제재 등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고려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힌 바 있다. 나토식 핵 공유는 회원국 중 5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핵계획그룹(NPG)을 구성해 기획·계획·훈련을 협의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유지를 위해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선택의 폭이 좁은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한국과 한국민에게 약속한 확장억제와 관련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매우 명확하고 입증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설리번 보좌관의 설명으로 볼 때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할 경우 구체적이든 명시적이든 미국 또한 핵으로 보복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존 힐 국방부 부차관보는 지난 18일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그때부터 핵 보복과 전략 억제 부분도 역할을 하게 된다. 진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등 현재 가동 중인 확장억제 관련 협의체를 상설 협의체로 격상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양국 정상이 핵 위협으로 한국과 미국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북한의 오판을 분쇄하는 동시에 한국민의 불안감을 덜어 줄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도출하길 기대한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확장억제가 한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질서의 블록화와 북한의 위협에 비춰 미국 또한 확장억제 강화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양국 공동의 이익을 위해 확장억제는 확장억제대로 검토하고 그 외의 의제들은 독립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 경제 현안은 국익과 직결된 중대 사안이다. 우리 기업들이 우방이자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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