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도체 부족 채우지 마라’ 요구에 중국 관영 매체 “韓 기업 생존공간 더 좁아져”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美 오만으로 가득찬 '왕따 행보'... 韓 반도체 제조업체 대중 억제전략 동참 시 경쟁력 악화” 지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의 국제 엔지니어 노동조합 77지부의 회관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연설하며 공화당의 부채한도 조건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아코키크(메릴랜드주)=AP뉴시스

 
미국이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가 금지되더라도 한국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지 말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자 중국 유력 관영 언론은 "미국의 오만으로 가득찬 '왕따(bullying)' 행보"라고 맹비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4일자 사설에서 “미국의 반도체 왕따 전략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생존공간이 더 좁아졌다”고 전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대중국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 D램을 수출해 수요 부족분을 메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미국 정부가 한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백악관이 한국 측에 이같이 요청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외교적 시험대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최근 실적 악화를 언급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라며 (한국 반도체 업체의) 실적 부진은 한국 칩 제조 부문의 시장 공간이 다양한 요인의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마트폰에서 개인용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요가 침체돼 메모리 칩의 가격과 수요가 모두 급감했기 때문”이라며 “한·중 반도체 산업망의 협력을 막으려는 미국의 시도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상황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한국 반도체 업체가 완전히 미국의 통제 아래에 있고, 대중국 억제 전략에 동참한다면 이는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기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생존할 수 있는 시장 공간은 더 줄어들고 (한국은) 완전히 미국의 '속국(vassal)'이 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고 역설했다.

언론은 “미국이 한국 기업에 한 짓은 전형적인 기술적 왕따와 보호무역주의 관행이며, 이는 결코 한 국가가 자신의 동맹국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미국은 그 동맹국의 이익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없고, 동맹국들이 이익을 희생해 미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도록 동맹국을 강요해 왔다”고 비난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