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헬스케어, 20억 달러 동남아 시장 진출 위해 짐 꾸린다
국내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이 잇따라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며 K-의료의 위상을 넓히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한국과의 경제 및 인적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시장으로,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에 따라 헬스케어 산업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주요국별 의료기기 시장은 2019년 태국과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 이미 15억 달러(약 2조원)이상의 시장을 형성했고, 2024년에는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의료AI, 의약품 등 국내 독보적 기술로 동남아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태국 라마9병원과 비대면 진료 업무협약 체결한 라이프시맨틱스
라이프시맨틱스는 태국의 상급종합병원 Praram 9 Hospital(이하 라마9 병원)에 자사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콜’을 제공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 솔루션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로, 라이프시맨틱스의 디지털헬스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국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 서비스와 경증 환자를 위한 자가 건강 진단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본격적인 의료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라마9병원은 일반 질병부터 신장이식, 동맥질환, 뇌 수술 등 복잡한 질환의 치료에 특화되어 있는 곳으로, 라이프시맨틱스는 기존 닥터콜 플랫폼에 AI 기반 질환 예측 서비스 하이를 탑재한 ‘하이닥터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현지 환자의 특성에 맞는 진료 프로세스를 제공해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물론 비대면 진료 사업을 확장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태국 내 이용률이 높은 모바일 메신저 앱의 API 연동을 통해 환자 맞춤형 원격의료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의료 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태국 전역에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라마9병원 외에도 태국 내 7개의 상급종합병원에서 하이닥터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라이프시맨틱스는 태국을 시작으로 향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인접 국가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
하노이 현지 병원에 AI 소화내시경 ‘웨이메드 엔도’ 지원하는 웨이센
웨이센은 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ICT 기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시범사업’의 우수사업으로 선정돼 베트남 의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웨이센은 지난해에도 같은 사업을 통해 하노이 세인트 폴 종합병원에 AI 기반 위·대장내시경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웨이메드 엔도(WAYMED Endo)’를 설치하고 약 5000여건의 검사 건수를 기록했다. 이번 우수사업 선정도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결정된 것으로, 세인트 폴 종합병원에 이어 베트남 현지 국립병원을 타깃해 시범운영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웨이메드 엔도는 국내 최초 내시경 검사와 동시에 분석이 가능한 실시간 내시경 분석영상 소프트웨어로 위, 대장 내시경 영상을 학습한 AI가 실시간으로 영상을 분석해 이상병변 의심 부위를 표시해줌으로써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을 돕는다. 웨이센은 이번 베트남 사업을 기반으로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진출을 확장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의료기기 인증 획득한 뉴로핏
뇌질환 영상 AI 솔루션 전문 기업 뉴로핏이 싱가포르 보건과학청(이하 HSA)에서 뇌신경 퇴화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뉴로핏 아쿠아(Neurophet AQUA)'의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했다.
뉴로핏은 지난해 12월 HSA로부터 양전자단층촬영(PET) 영상 자동 분석 소프트웨어 '뉴로핏 스케일 펫(Neurophet SCALE PET)'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스케일 펫과 함께 주력 제품인 아쿠아에 대한 인증까지 완료하며 동남아시아 의료 시장 진출이 순항 중이다.
뉴로핏 아쿠아는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AI 기술로 분석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등 신경 퇴화 질환에서 관찰되는 뇌 위축과 백질의 변성을 분석하는 뇌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AI 엔진을 기반으로 5분 만에 뇌 영상 분할 및 분석이 가능하다. 분석 실패율은 0%로 모든 인종,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뇌 영상 분석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뉴로핏은 뉴로핏 아쿠아와 뉴로핏 스케일 펫을 고도화해 향후 알츠하이머병 진단의 글로벌 표준을 정립할 계획이다.
당뇨병 치료제로 동남아 3개국 진출하는 대웅제약
제약사들의 글로벌 진출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웅제약의 당뇨신약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선다. 대웅제약은 최근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3개국에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의 품목허가신청서(NDA)를 각각 제출했다.
엔블로는 지난해 11월 대웅제약이 국내 제약사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SGLT2 저해제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다. 소량으로도 기존 저해제와 동등 이상의 약효를 보였으며, △체중감소 △혈압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의 효과를 나타냈다.
대웅제약은 이번 동남아 3개국의 엔블로 NDA 제출을 시작으로 아세안(ASEAN) 국가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15개국에 진출하고, 2030년까지 50개국 진출을 통해 국산 최고 당뇨신약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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