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화성 내핵은 액체, 지진파 관측으로 처음 밝혀
UAE 탐사선은 화성 위성 근접 촬영에 성공
붉은 행성 화성의 비밀이 잇따라 밝혀졌다. 화성에 착륙한 탐사선은 지진파를 감지해 액체 상태의 핵을 확인했으며, 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선은 위성이 화성과 같은 성분임을 알아냈다. 모두 화성의 생성과 진화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브리스톨대 지구과학과의 제시카 어빙(Jessica Irving)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25일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PNAS)’에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인사이트(InSight) 착륙선이 화성에서 포착한 두 건의 지진파를 분석해 내부에 액체 상태의 핵이 있음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지구 밖에서 핵 지나온 지진파 첫 관측
인사이트는 2018년 11월 27일 화성의 적도 인근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했다. 과거 화성 탐사선이 주로 물과 같은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화성의 지표면을 돌아다녔다면, 인사이트는 제자리에서 프랑스와 영국이 개발한 지진계로 지진파를 포착해 화성의 내부 지각과 핵을 연구하고 있다.
인사이트는 지난해 12월 임무가 종료됐지만, 그동안 관측한 자료는 지금도 연구되고 있다. 인사이트는 2021년 8월 25일과 9월 18일 각각 지진파를 감지했다. 하나는 화성에서 발생한 지진이 유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운석 충돌로 인해 발생했다.
당시 인사이트는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핵을 지나온 지진파를 처음으로 직접 포착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인사이트가 착륙한 곳의 반대편에서 발생한 지진이어서 화성 내부 구조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지진 발생 지점이 멀수록 더 깊은 곳을 지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미국 메릴랜드대의 베드란 레키치(Vedran Lekic) 교수는 “과학자들은 1906년 지구의 핵이 지진파의 이동 경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냈다”며 “그로부터 100년 이상 지나 같은 지식을 화성의 지진파에 적용해 내핵이 어떤 상태인지 밝혔다”고 말했다.
어빙 교수 연구진은 인사이트가 포착한 지진파를 근거로 화성의 내핵이 액체 상태의 철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5분의 1은 황과 산소, 탄소,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들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달리 지구의 내핵은 고체 상태이고 바깥 외핵은 액체이다. 연구진은 화성이 핵이 지구보다 밀도가 떨어지고 더 압축될 수 있다는 사실은 두 행성이 형성될 당시 환경이 달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어빙 교수는 “화성 반대편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진계까지 오면서 에너지가 상당 부분 소실되거나 방향이 바뀔 수 있어 감지하기 매우 어렵다”며 “감지 기술과 함께 운도 따랐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가 지진을 감지한 시점은 착륙 후 2년 동안 임무를 진행한 상태여서 감지 기술이 숙달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화성 지각 구조도 이미 밝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지구물리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김도연 박사는 이날 나사 인터뷰에서 “행성의 핵에서 가벼운 원소들의 양을 알아내는 것은 행성이 생성될 당시 태양계의 조건과 이러한 조건이 형성된 행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번 논문의 공저자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금성과 수성을 탐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김 박사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28일 사이언스에 인사이트가 화성에서 포착한 지진파를 통해 지각(地殼)의 밀도가 예상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운석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충격파가 단단한 물질과 부딪혀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전달됐다는 것이다.
김 박사 연구진은 2021년 12월 24일 운석 충돌로 규모 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그 충격파가 인사이트 착륙선에 초속 3.2㎞로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 당시 지진파는 화성 표면의 지각을 통해 전달된 표면파(surface wave)였다. 지구 이외 천체에서 표면파가 포착되기는 처음이었다. 표면파는 과거 인사이트가 착륙한 지점 바로 아래에서 포착한 지진파로 예측한 것보다 속도가 빨라 밀도가 더 높은 곳을 지나왔음을 보여줬다.
◇화성의 위성 근접 촬영에도 성공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우주국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지구과학연맹(EGU) 연례학술대회에서 화성의 위성인 데이모스(Deimis)를 근접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화성의 위성은 데이모스와 포보스(Phobos) 두 개인데, 지구의 달과 다른 모습이다. 모양도 구형이 아니고, 지름도 각각 12㎞, 22㎞정도로 작다.
UAE는 2020년 7월 아말(Amal, 아랍어로 희망이란 뜻) 탐사선을 발사했다. 아말은 2021년 2월부터 화성 궤도를 돌고 있다. 아말은 이번에 데이모스에서 불과 100㎞ 떨어진 곳을 지나며 영상을 촬영했다.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영상도 촬영했다.
UAE의 화성탐사임무의 과학 책임자인 헤사 알 마트로우시(Hessa Al Matroushi) 박사는 “두 위성의 기원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가장 오래된 이론은 소행성이 화성 중력에 포획됐다는 것인데 이번 관측에서 근거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말 탐사선의 관측 정보에 따르면 화성의 두 위성의 성분은 소행성보다는 화성과 비슷하다. 이는 위성의 화성에서 떨어져 나왔거나, 같은 물질에서 비롯됐음을 의미한다.
아말이 화성의 위성을 어느 탐사선보다 자세히 관측할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궤도 덕분이다. 다른 탐사선은 화성에 가능한 대로 가까이 가서 표면을 관측하지만, 아말은 과거 탐사선보다 훨씬 높은 2만2000~4만3000㎞ 상공을 돌며 관측하고 있다. 덕분에 화성에서 2만3460㎞ 떨어진 데이모스를 근접 촬영할 수 있었다.
아말이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화성을 관측하는 것은 임무 목표가 1년이 687일에 이르는 화성의 연중 기후도를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말은 기후도 작성을 위해 한 번에 넓은 지역을 관측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화성을 돌고 있다.
참고자료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2023), DOI: https://doi.org/10.1073/pnas.2217090120
EGU General Assembly(2023), https://cdn.egu.eu/media/filer_public/e2/a7/e2a7ffd0-d176-49a3-bfb7-7a8e40338f59/pr7emirates_mars_mission_unveils_new_deimos_observations_at_egu23_announces_mission_extension.pdf
Science(2022), DOI: 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q7157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