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방미에 심기불편한 중국…“미 소모품되지 말아야”
전문가 “윤 대통령, 대만 문제 공격적 발언
국익 희생하면서 미국에 충성 증명하는 것”
중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계속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외교 당국과 전문가, 관영매체가 일제히 나서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이 미국 쪽에 일방적으로 기우는 것을 견제하는 형국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5일 윤 대통령의 방미 소식을 전하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강요에 직면한 한국이 극단적인 외교정책을 취한다면 이는 지속불가능하고 자멸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특히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대중국 수출이 금지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대체 공급자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를 근거로, 윤 대통령이 방미 기간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지시를 이행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런 접근법은 한국이 자국의 독립성과 이익을 희생하면서 미국의 ‘소모품’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자신의 패권과 사익을 지키기 위해 강권적으로 탈동조화(디커플링)과 망 단절을 추진하고 동맹국에 대중국 억제에 협조하라는 협박까지 불사한다”며 “관련국 정부와 기업이 시비를 구별하고 다자간 무역시스템을 공동으로 수호하며 글로벌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을 지킬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만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셴둥(韓獻東) 중국 정법대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윤 대통령 방미 기간 한·미 양국이 중국을 공동 봉쇄하는 새로운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해 매우 공격적이고 이례적인 발언을 했고 그것은 미국에 충성을 증명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윤 대통령은 국내에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정치적 불안정 상황에서 미국의 지지를 받는 대가로 한국의 국익을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강경한 반응을 보였던 중국 정부도 윤 대통령 방미 당일 다시금 견제에 나섰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24일 대만 문제에 관한 입장문을 내고 “한국 정부는 (1992년 수교 당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정부로 승인하고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입장을 존중한다고 표명했다”며 “이는 한국 측의 엄숙한 약속이며 중·한 관계 발전의 정치적 기초”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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