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홀로서기 나서지만...“한국산 이 부품은 차마 못뺄걸?”

‘애플의 부품 내재화 영향’ 보고서
“한국산 디스플레이 의존도는 지속”

애플 아이폰14 시리즈 [이충우 기자]

애플이 스마트폰 부품의 자체 생산을 꾀하면서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겠지만,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일정 부분 유지될 것이라는 공공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25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애플의 부품 내재화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시장에서 계속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아이폰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자사 부품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맥북,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기업으로 출발한 애플은 자체 OS(Operating System·운영체계)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분야 혁신을 끌어낸 데 이어 맥북용 M시리즈 칩,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개발하면서 반도체에서도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보고서는 “애플의 반도체 자립은 인텔·퀄컴·브로드컴과 같은 팹리스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하고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며 유망 팹리스 기업 성장 지원과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역량 강화 등 정책을 주문했다.

이어 아이폰에 사용되는 주요 반도체 부품 다수가 이미 미국에서 설계·제작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여파로 애플 칩이 미국에서 생산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이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매출 26%가량을 차지하는 가운데 칩 법으로 애플 납품 반도체 생산량 일부가 미국으로 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애플이 자체 부품 사용 확대에도 앞으로 수년 동안 디스플레이 패널 조달에 있어서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한국업체 의존도가 최소 60% 이상 유지될 것으로 관측했다.

애플은 이르면 내년 말 ‘애플워치 울트라’에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신 자체 설계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워치 OLED 주 공급사인 LG디스플레이의 물량 축소 리스크가 있지만, 마이크로LED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 모색이 가능해서다.

보고서는 “마이크로LED를 대량 생산을 하려면 대규모 투자비 증가가 불가피해 향후 수년간 애플은 한국 업체로부터 디스플레이를 조달할 전망”이라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애플의 마이크로LED 물량을 위탁 생산하게 된다면 중국 업체에 밀린 LCD 시장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