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덕에 가까스로 ‘경기 침체’ 면했다…2분기도 ‘버티기’ 국면
마스크 착용 해제·외출 증가 영향
“2분기에도 수출 개선 기대하기 어려워”
한은 “하반기에는 경기 반등 전망”
“삼성전자 감산 적절…재고 줄면 업황 개선”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0.3%를 기록하면서 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경제학계에서는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경기 침체’로 보기도 하는데, 1분기 성장률이 소폭 반등하면서 우리 경제가 가까스로 침체 판정은 면하게 됐다. 외출, 여행 등을 중심으로 살아난 민간소비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누그러졌지만, 수출과 투자가 아직 부진해 상반기까지는 성장률이 소폭 플러스(+)에 그치는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분기(4~6월) 성장률도 소비 회복세와 수출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수출 대들보’로 꼽히는 반도체 업황이 부진해 수출이 눈에 띄게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민간소비가 성장을 견인하는 추세가 2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소비가 지탱한 1분기…0.3% 성장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 설비투자가 4% 이상 급감했음에도 민간소비가 개선되면서 성장률도 한 분기 만에 증가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과 소비 동반 부진으로 -0.4% 역성장한 바 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우리 경제는 내수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증가한 가운데 순수출(수출-수입)의 마이너스 성장 기여도가 축소됨에 따라 전기 대비 0.3% 소폭 성장했다”고 말했다.
실제 민간소비는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 서비스 관련 지출 증가에 따라 전기 대비 0.5%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0.6%)와 비교하면 큰 폭 증가로 돌아섰다. 신승철 국장은 “마스크 착용 의무 방역지침 해제, 여행, 공연관람 등 대면 활동 등이 늘어난 게 민간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 개선에 힘입어 1분기 내수의 GDP 성장 기여도는 전 분기 0.1%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확대됐다. 그만큼 민간소비가 1분기 성장률을 높였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1분기에 3.8% 늘었다. 증가폭은 2021년 1분기(4.1%) 이후 2년 만에 가장 컸다. 반도체 수출이 1분기에도 부진했지만, 자동차 등 운송장비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수출은 지난해 4분기 4.6% 감소한 바 있다. 신 국장은 “반도체 등 IT 경기 부진은 계속되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2차전지, 화학제품 등 비(非)IT 부문의 수출과 제조업 생산이 개선됐다”고 했다.
다만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순수출의 GDP 성장 기여도는 -0.1%포인트를 기록했다. 순수출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는 뜻이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신 국장은 “수입 기여도가 수출 기여도를 상회하면서 순수출 기여도가 소폭 마이너스를 유지했다”고 했다. 그나마 1분기 순수출 기여도가 지난해 4분기(-0.5%포인트)보다 마이너스폭이 축소되면서 성장률을 덜 갉아먹었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 반도체 부진에 2분기 수출 전망도 암울…“하반기 반등 기대”
시장에서 우려했던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없었지만,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로 돌입했다고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IT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기존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경기 침체가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수출과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요인을 감안해 오는 5월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1.5% 내외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1분기 설비투자는 4% 역성장했는데, 감소폭은 2019년 1분기(-8.3%) 이후 4년 만에 가장 컸다.
한국은행은 2분기까지는 소비가 성장을 지탱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국장은 “외부활동과 여행이 정상화되는 부분이 민간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출의 경우 4월 20일까지도 통관 기준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지속했기 때문에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 경제가 하반기 들어 반등하는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나타낼 것이란 기존 전망은 유지했다. 반도체 경기의 경우 삼성전자의 감산 조치에 힘입어 그간 쌓였던 재고가 소진되면 연말로 갈수록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고 한국은행은 평가했다.
신 국장은 “삼성전자의 감산 조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쌓여 있던 재고가 어느 정도 줄어들면 다시 반도체 경기가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적절하고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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