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반지만 10개' 하지만 유광우는 여전히 배고프다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38·184cm)는 V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 반지를 낀 선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크다.
대한항공은 2022-2023시즌 정규 리그 1위와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모두 거머쥐며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2020-2021시즌부터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의 쾌거를 이뤄 왕조를 구축했다.
최고 세터 한선수(38)가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유광우는 그 뒤를 든든하게 받치며 백업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세트 평균 4.259개, 세트당 디그 0.553개 등으로 활약했다.
유광우는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해 7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이후 우리카드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2019-2020시즌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뒤 3차례 우승을 맛봤다.
이로써 개인 통산 10번째 정상에 등극한 유광우는 현대캐피탈 여오현(9회)을 제치고 역대 가장 많은 우승을 경험한 선수가 됐다. 24일 인천 중구 영종도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인천 그랜드볼룸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 나선 그는 "기록을 남겼다는 것에 뿌듯함이 크다"면서도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섭섭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유광우는 팀의 우승을 견인한 공을 인정받았다. 총액 2억5200만 원(연봉 1억7000만 원, 옵션 8200만 원)에 대한항공과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올해 만 38세로 한국 나이로 불혹을 앞두고 있지만 현역 생활을 계속 이어간다. 유광우는 "할 수 있을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운을 뗀 뒤 "내 배구 인생의 70% 정도까지는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나머지 30%를 얼마나 후회 없이 보내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의 우승이 최우선이다. 유광우는 "일단 선수이기 때문에 우승에 대한 욕망이 더 큰 것 같다. 우승이 제일 먼저라고 생각한다"면서 "성적이 정말 좋았을 때 은퇴를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 시즌에도 통합 우승을 거둬 남녀부 최초의 통합 4연패를 달성하고자 한다. 유광우는 "오래 호흡을 맞춰왔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팀 워크가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선수들이 나이가 있는 만큼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한다. 실력은 줄어들지 않지만 잘 유지하려면 부상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뷔 16년 차인 유광우는 세터로서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소속팀 동료인 한선수(1만7551개)에 이어 누적 세트 2위(1만3795개)를 기록 중이다. 이에 그는 "선수 생활을 정말 오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자부심이 있지만 '조금만 더 어렸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많이 드는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리그 정상급 세터를 무려 2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두 선수의 뒤를 이을 만한 후배 세터가 아직 등장하지 않아 장기적인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유광우는 "팀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일 수 있지만 선수로서는 자리를 지키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잘해서 치고 올라오면 세대 교체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롱 런을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유광우는 "경기를 할 때 여러 상황을 대입하면서 어떤 플레이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면서 "고민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만큼 고집이 있어야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만의 배구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시즌을 마친 뒤에도 쉴 틈이 없다. 오는 5월 14일부터 21일까지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클럽선수권 대회에 참가한다. 하루에 1경기씩 치러야 하는 강행군이다. 유광우는 "일단 대회에 참가하는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와야 한다"면서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유광우는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팀이 우승을 하는 데 많은 보탬이 되고 싶다"면서 "개인적인 목표를 생각하기 전 중요한 순간마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영종도=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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