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근원서비스 물가, 17%만 노동 수급불균형…나머지는 2차 효과"
국제유가 10%p 오르면 美는 1년, 韓은 2년 영향 받아
美,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물가 37% 올려
"美 물가오름세, 노동공급 회복 더딜 경우 오래 지속"
4월엔 소비자물가보다 근원물가 상승률 더 높을 수도
이 팀장은 “필립스 곡선 추정을 통해 한국과 미국 노동시장의 근원인플레이션 압력을 비교해 본 결과 한국에 비해 미국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근원 서비스물가(집세 제외) 상승률에 대한 우리나라 노동시장 타이트니스(tightness·수급불균형)의 설명력은 16.7%로 미국(36.6%)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근원서비스물가(집세 제외) 상승률에서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로 설명 가능한 기여율을 의미한다.
이 팀장은 “한국의 노동시장 상황이 미국에 비해 덜 타이트한 데다 노동시장 타이트니스에 대한 근원 서비스물가(집세 제외)의 민감도, 즉 필립스 곡선 기울기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실업자 대비 빈일자리 비율(v/u)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올 1분기(1~2월 평균) 0.83인 반면 우리나라는 절반 수준인 0.46에 불과했다. 또 노동공급을 의미하는 경제활동참가율 회복 속도도 우리나라가 미국 대비 훨씬 빠르다.
이 팀장은 “미국 경제가 대외 부문보다 국내 수요, 공급 여건에 큰 영향을 받는 데 반해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에 비해 대외여건 변화가 인플레이션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끈적한 근원물가 흐름은 노동시장 영향도 있지만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등 그간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전가되는 2차 파급 영향에 적지 않게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 이후 수입물가 상승으로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미국보다 크다는 평가다. 2020년 12월 대비 올 1월까지 누적된 수입물가 상승률은 미국의 경우 12.4%로 집계됐으나 우리나라는 원화 기준 41.7%에 달한다. 대부분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수입물가 상승분 월평균 26.5% 중 19.0%포인트가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한 반면 미국은 7.8%포인트에 머물러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10%포인트 오를 경우 미국은 근원상품, 근원서비스 충격이 1년 정도 지속된 반면 우리나라는 2년에 걸쳐 반영됐다. 원가가 올랐을 때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는 속도가 훨씬 더디다는 얘기다.
이 팀장은 “유가 충격의 근원물가 파급 영향이 한국에서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감안하면 작년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 등으로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이 최근까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작년 하반기 이후 안정되고 있는 점을 보면 근원물가 압력은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최근 소비 부진이 완화되는 가운데 유가 등 비용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경우 근원물가에 대한 2차 파급 영향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4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더 떨어지고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아 미국처럼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팀장은 미국은 물가 상승 압력이 더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타이트한 노동시장, 근원물가에 대한 노동시장의 적지 않은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노동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령층의 대퇴직, 팬데믹에 따른 근로자들의 일자리 선호 변화 등으로 노동공급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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