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위원 "타이트한 고용시장 완화, 물가 압력 낮출 듯"
최정희 2023. 4. 25. 12:02
한은, 2023년 노동시장 세미나 개최
노동시장 타이트함과 근원서비스 물가 상관관계 높아
필립스 곡선 살아 있다…빈일자리율·시간조정 실업률, 물가와 역의 관계
취업자 수 증가는 '경기'요인과 별개…통화정책 파급효과 한계
고령화·노동생산성 저하, 저성장·저물가 회귀 가능성 첫 언급
◇ 노동시장 타이트니스 완화 조짐…물가 떨어질 듯
서 위원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재입주 후 처음 열리는 ‘노동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동시장 상황과 통화정책적 함의’라는 제목의 모두연설을 했다.
서 위원은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가 근원 서비스물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타이트니스와 근원서비스 물가는 작년 3분기와 10월을 정점으로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연내 고용시장에선 수요 둔화와 공급 확대가 맞물려 타이트니스가 완화됨에 따라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빈일자리를 실업자 수로 나눠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를 측정한 결과 팬데믹 이후(2021년~2023년 2월) 0.34로 팬데믹 이전(2014~2019년) 0.34와 유사해졌다. 팬데믹 당시엔 0.18로 낮아져 노동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아지는 등 더 타이트했으나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가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서 위원은 계량 분석 결과 고용과 물가의 역의 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서 위원은 “물가와 전통적인 실업률간의 관계는 유의하지 않지만 타이트니스, 근로시간조정 실업률, 빈일자리율 등은 물가와 유의한 역의 관계를 갖는다”며 “필립스 곡선은 팬데믹 전후 모두 스티프닝(steepning·가파른 곡선)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팬데믹 이전 필립스 곡선 평탄화는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보다는 지표의 문제, 식별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 위원은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 차별화는 노동시장 상황 차이와 이에 따른 물가 압력 차별화에도 일부 기인한다”며 “미국의 경우 노동 공급축소로 인해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가 서비스 물가 압력의 주된 요인이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타이트니스는 완화되는 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2차 파급 효과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취업자 수 증가, 非경기적 요인…성장·통화정책 파급 제약
서 위원은 팬데믹 이후 취업자 수가 급증하는 등 노동시장의 양적 지표가 개선됐는데 이러한 양적지표 개선이 노동시장을 타이트하게 만들 수도 있고 경제활동참가인구를 늘려 노동시장을 덜 타이트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최근엔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를 완화하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주로 비(非)경기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령층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노동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서 위원은 “팬데믹과 베이비부모 은퇴 시기가 맞물려 고령층의 취업이 증가했고 2차 베이비부머(49~55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10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 5년간 1차 베이비부머(60~65세) 계층의 고용 증가 효과는 67만명으로 전체 고용 증가의 49%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조기 은퇴 등으로 고령층 노동 공급이 감소하는 것과 대조된다. 여성의 노동 공급 역시 만혼, 저출산, 노인돌봄 및 간병 등 가사 노동의 시장화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작년 여성의 고용률은 60%로 높아졌다.
다만 미국, 유럽과 달리 1인당 근로시간은 팬데믹 이후 감소, 취업자 수가 증가했지만 총 근로시간은 팬데믹 이전과 비슷했다. 일평균 근로 시간은 2017년 8.4시간에서 2022년 8.2시간으로 줄었다. 고령·여성층이 비정규직, 단시간 근로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9년 36시간 미만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19.8%였으나 작년 28.0%로 늘어났다. 비정규직 비중도 같은 기간 36.4%에서 37.5%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 정보통신업·금융보험업·전문과학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부문에선 노동 수급의 미스매치로 타이트너스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주로 보건업 등을 중심으로 타이트니스가 완화되고 있다.
서 위원은 “고용이 양적으로 증가했음에도 질적 개선이 제약되면서 노동시장의 거시경제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교해 성장과 취업자간 상관관계가 낮고 미국과 달리 팬데믹 이후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와 취업자 간 상관계수는 0.52(2010~2022년)로 미국(0.9)보다 낮고 취업자 수 대비 GDP 증가율은 2.5%(2011~2019년)에서 1.7%(2020~2022년) 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미국이 0.4%에서 1.3%로 높아진 것과 대조된다.
이에 따라 서 위원은 “고용이 고령화, 여성고용, 산업 구조 등 非경기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미국과 달리 통화정책의 고용 파급효과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즉, 한은의 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방증이다.
다시 저금리 시대로 가나
서 위원은 다시 저금리 시대로 회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위원은 “노동생산성 하락이 지속될 경우 저성장-저물가 체제로의 회귀가 불가피하고 통화정책적 부담도 증가할 수 있어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며 “베이비부머의 인적자본 활용, 보육여건 개선, 고부가서비스 이민자 개방 등 노동시장의 실질적인 구조 개선 노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업률, 고용률의 전통 지표가 현재의 고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현실 적합한 고용 지표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 위원은 “고령화, 노동생산성 하락 등 고용 상황 변화가 장기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은 고령화로 복지 증가에 정부 부채가 늘고 고령층 저축 감소로 실질 중립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본 반면 올리비에 블랑샤르 메사추세츠공대(MIT) 명예 교수는 고령화로 저축 증가, 안전자산 선호로 실질중립금리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서 위원은 본인의 발표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등 비둘기적(완화 선호)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서 위원은 “물가는 고용측면의 영향도 받지만 기대인플레이션율, 수입물가, 환율 등도 영향을 받는다”며 “한은에선 2분기부터 근원물가 둔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커 데이터 디펜던트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노동시장 타이트함과 근원서비스 물가 상관관계 높아
필립스 곡선 살아 있다…빈일자리율·시간조정 실업률, 물가와 역의 관계
취업자 수 증가는 '경기'요인과 별개…통화정책 파급효과 한계
고령화·노동생산성 저하, 저성장·저물가 회귀 가능성 첫 언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올해 고용시장에서 수요 둔화, 공급 확대가 맞물리면서 ‘수급불균형(타이트니스·tightness)’이 완화될 것이라며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고령화와 노동생산성 저하로 다시 저성장, 저물가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금통위원이 과거 저금리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기에선 처음이다. 그러나 이를 연내 피봇(정책 전환) 등 비둘기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서 위원은 강조했다.
◇ 노동시장 타이트니스 완화 조짐…물가 떨어질 듯
서 위원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재입주 후 처음 열리는 ‘노동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동시장 상황과 통화정책적 함의’라는 제목의 모두연설을 했다.
서 위원은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가 근원 서비스물가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타이트니스와 근원서비스 물가는 작년 3분기와 10월을 정점으로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연내 고용시장에선 수요 둔화와 공급 확대가 맞물려 타이트니스가 완화됨에 따라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빈일자리를 실업자 수로 나눠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를 측정한 결과 팬데믹 이후(2021년~2023년 2월) 0.34로 팬데믹 이전(2014~2019년) 0.34와 유사해졌다. 팬데믹 당시엔 0.18로 낮아져 노동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아지는 등 더 타이트했으나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가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서 위원은 계량 분석 결과 고용과 물가의 역의 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서 위원은 “물가와 전통적인 실업률간의 관계는 유의하지 않지만 타이트니스, 근로시간조정 실업률, 빈일자리율 등은 물가와 유의한 역의 관계를 갖는다”며 “필립스 곡선은 팬데믹 전후 모두 스티프닝(steepning·가파른 곡선)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팬데믹 이전 필립스 곡선 평탄화는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보다는 지표의 문제, 식별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 위원은 “최근 주요국의 통화정책 차별화는 노동시장 상황 차이와 이에 따른 물가 압력 차별화에도 일부 기인한다”며 “미국의 경우 노동 공급축소로 인해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가 서비스 물가 압력의 주된 요인이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타이트니스는 완화되는 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2차 파급 효과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취업자 수 증가, 非경기적 요인…성장·통화정책 파급 제약
서 위원은 팬데믹 이후 취업자 수가 급증하는 등 노동시장의 양적 지표가 개선됐는데 이러한 양적지표 개선이 노동시장을 타이트하게 만들 수도 있고 경제활동참가인구를 늘려 노동시장을 덜 타이트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최근엔 노동시장의 타이트니스를 완화하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주로 비(非)경기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령층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노동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서 위원은 “팬데믹과 베이비부모 은퇴 시기가 맞물려 고령층의 취업이 증가했고 2차 베이비부머(49~55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10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 5년간 1차 베이비부머(60~65세) 계층의 고용 증가 효과는 67만명으로 전체 고용 증가의 49%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조기 은퇴 등으로 고령층 노동 공급이 감소하는 것과 대조된다. 여성의 노동 공급 역시 만혼, 저출산, 노인돌봄 및 간병 등 가사 노동의 시장화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작년 여성의 고용률은 60%로 높아졌다.
다만 미국, 유럽과 달리 1인당 근로시간은 팬데믹 이후 감소, 취업자 수가 증가했지만 총 근로시간은 팬데믹 이전과 비슷했다. 일평균 근로 시간은 2017년 8.4시간에서 2022년 8.2시간으로 줄었다. 고령·여성층이 비정규직, 단시간 근로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9년 36시간 미만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19.8%였으나 작년 28.0%로 늘어났다. 비정규직 비중도 같은 기간 36.4%에서 37.5%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 정보통신업·금융보험업·전문과학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부문에선 노동 수급의 미스매치로 타이트너스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주로 보건업 등을 중심으로 타이트니스가 완화되고 있다.
서 위원은 “고용이 양적으로 증가했음에도 질적 개선이 제약되면서 노동시장의 거시경제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비교해 성장과 취업자간 상관관계가 낮고 미국과 달리 팬데믹 이후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와 취업자 간 상관계수는 0.52(2010~2022년)로 미국(0.9)보다 낮고 취업자 수 대비 GDP 증가율은 2.5%(2011~2019년)에서 1.7%(2020~2022년) 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미국이 0.4%에서 1.3%로 높아진 것과 대조된다.
이에 따라 서 위원은 “고용이 고령화, 여성고용, 산업 구조 등 非경기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미국과 달리 통화정책의 고용 파급효과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즉, 한은의 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방증이다.
다시 저금리 시대로 가나
서 위원은 다시 저금리 시대로 회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위원은 “노동생산성 하락이 지속될 경우 저성장-저물가 체제로의 회귀가 불가피하고 통화정책적 부담도 증가할 수 있어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며 “베이비부머의 인적자본 활용, 보육여건 개선, 고부가서비스 이민자 개방 등 노동시장의 실질적인 구조 개선 노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업률, 고용률의 전통 지표가 현재의 고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현실 적합한 고용 지표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 위원은 “고령화, 노동생산성 하락 등 고용 상황 변화가 장기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은 고령화로 복지 증가에 정부 부채가 늘고 고령층 저축 감소로 실질 중립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본 반면 올리비에 블랑샤르 메사추세츠공대(MIT) 명예 교수는 고령화로 저축 증가, 안전자산 선호로 실질중립금리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서 위원은 본인의 발표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등 비둘기적(완화 선호)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서 위원은 “물가는 고용측면의 영향도 받지만 기대인플레이션율, 수입물가, 환율 등도 영향을 받는다”며 “한은에선 2분기부터 근원물가 둔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커 데이터 디펜던트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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