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사이 물길 트고, 4대강 보 적극활용…호남가뭄대책 의결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의 심각한 가뭄과 관련해 영산강, 섬진강유역 물 이용 현황 및 중장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 호남지방 가뭄 대응을 위해 하루 최대 61만톤(t)의 물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댐 사이 물길을 만들어 물 공급 체계를 조정하고 하수 재이용수와 해수담수 기술을 적용한다. 전례없는 극한 가뭄에는 댐의 최후 저수용량인 비상용량과 사수용량(저수기능을 상실한 정도의 수위)까지 물을 사용할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5일 오전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기 첫 회의를 열고 '영산강·섬진강유역 중·장기 가뭄대책(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평년의 3분의2에 불과한 강수량으로 영산강과 섬진강 물을 이용하는 광주·전남 지역은 1년 가까이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대책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가뭄에도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2단계에 걸쳐 하루에 61만톤까지 추가 공급 용수를 확보하는 게 골자다.

우선 평시 적용하는 1단계 가뭄대책은 △물 공급체계 조정 △대체 수자원 확보 △비상연계 △보 활용 △신규 수자원 개발 등을 통해 하루 최대 45만톤의 물을 추가확보하는 방안이다.

주암댐이 광주와 목포 등 영산강 유역 6개 시·군에 공급하는 물의 일부를 장흥댐에서 대체공급할 수 있도록 도수관로(물길)을 연계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주암댐 여유 물량을 여수산업단지에 추가공급하는 방안이다. 상대적으로 수위에 여유가 있는 장흥댐의 물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광양 산단에 물을 공급하는 수어댐 수위가 낮아지면 주암댐에서 직접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비상 공급시설 설치도 검토할 방침이다.

여수시 공공하수 처리시설에는 하루 5만톤 용량의 하수 재이용수 생산시설을 만든다. 발전 온배수 등을 활용한 하루 15만㎥(세제곱미터) 규모 해수담수화 시설 설치도 검토한다.

영상강에 설치돼 있는 승촌보와 죽산보는 가뭄과 녹조, 홍수 등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물그릇으로써의 4대강 보(湺) 활용' 구상을 이번 가뭄대책에 반영한 셈이다. 보에 가둬놓은 물은 대부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만큼 승촌보와 죽산보에서 확보한 물은 하천유지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기존 농업용수로 공급해온 상류 저수지 물을 생활·공업용수로 쓰는 방식이다.

2단계는 극한 가뭄을 가정한 비상 대책으로 댐의 비상용량과 사수위 용량까지 물을 긁어모아 하루 16만톤이상 용수를 추가공급하는 방안이다. 도서지역에는 지하수댐과 이동식 모듈형 해수담수화 시설 설치 등으로 생활용수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날 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를 포함한 과거 홍수사례 분석을 토대로 '2023년 여름철 홍수대책(안)'을 논의했다. 올해 여름철 홍수대책에는 △예보 고도화를 위한 AI(인공지능) 홍수예보 도입 △서울 도림천 유역에 디지털 트윈 기반 도시침수 예보 시범운영 △2024년 도시침수 지도 제작 조기완료 △댐 방류 정보 공유 등 방안이 담겼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