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트리오와 달리는 '적토마' 고정운 감독, "우리는 에이전트들이 영상도 많이 안줬어"

조남기 기자 2023. 4. 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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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운 김포 FC 감독

(베스트 일레븐)

"우리는 에이전트들이 영상도 많이 안 주더라(웃음)."

하나원큐 K리그2 2023. 9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예상과 가장 다른 행보를 보이는 클럽은 어디일까? 아무래도 김포 FC다. 하위권으로 꼽히던 김포 FC는 K리그2의 유일한 '무패 클럽'이다. 8경기를 치러 5승 3무를 기록했고, 14득점을 올렸으며 실점은 단 4번으로 틀어막았다. 그렇게 리그 2위를 마크했다. 향후 어떤 흐름에 탑승하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시즌 초반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K리그2 클럽인 것만은 분명하다.

김포 FC는 예산이 넉넉지 않은 클럽이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가난한 클럽'이다. 선수 한 명, 한 명을 고르는 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만 하고, 그렇게 고른 선수가 실패했을 때 받게 되는 타격감은 다른 클럽보다 훨씬 더 크다. 그래서 2023시즌을 앞두고서도 괴로움이 컸다. 고정운 김포 FC 감독은 부족한 예산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최적의 스쿼드를 꾸릴지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고정운 감독은 "없는 예산에 고민이 많았다. 처음엔 외국인 선수를 안 쓸 생각도 했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 중에 자유계약도 없고, 여차하면 수 억 원이 들어가더라. 차라리 위험을 감수하고 외인을 찾아야겠다는 결론에 닿게 됐다. 그런데 우리는 또 에이전트들이 영상을 많이 보내주지도 않더라. 의미 없는 걸 아니까(웃음). 정말 소수의 에이전트가 보낸 자료를 토대로만 선수들을 선발했다"라고 외인 3인방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포 FC 루이스

물론 고정운 감독은 한정된 자료 안에서 최대한 검토를 거듭했다. 보고, 또 보고, 다시 봐서 김포 FC에 어울릴 만한 원석들을 식별해냈다. 그렇게 온 외인들이 김포 FC가 자랑하는 '남미 트리오'다. 루이스(콜롬비아)·파블로(우루과이)·주닝요(브라질)는 환상의 시너지를 자랑한다. 루이스는 벌써 5골(2도움)로 K리그2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주닝요와 파블로 또한 연계와 수비에 있어서 대단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가장 최근 치른 FC 안양전에서는 파블로가 멋진 중거리슛을 터뜨리며 김포 외인 삼지창의 위엄을 재차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고정운 감독은 이들의 강점을 공격력보다는 '수비'와 '자세'로 꼽았다. 고정운 감독은 "다들 큰 선수를 찾지만, 나는 그냥 작은 선수를 찾았다. 대신 많이 뛰고 빠른 선수들을 봤다"라면서 "나는 그저 많이 뛰어주면 된다. 수비를 잘해주면 된다. 전지훈련에서도 정말 수비 훈련만 계속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었을 거다. 주닝요·루이스·파블로에게도 말해뒀다. '득점하라는 소리 안 한다. 일단 뛰어줘라. 뛰면 찬스는 온다'"라고 외인들이 수비에 열성을 다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애들이 남미 선수들답지 않게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려고 한다. 배우려는 모습이 훌륭하다. 그런 게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애들이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가르쳐준 지도자는 없었다'며 고맙다고도 한다. 착하기까지 하다"라고 하나라도 더 익히려는 외인들의 자세 또한 칭찬했다.
 

김포 FC 주닝요
김포 FC 루이스(좌), 파블로(우)

사실 김포 FC는 겨우내 전지훈련부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대전 하나시티즌까지 3-1로 잡아냈다. 개인이 아닌, 팀으로 이뤄낸 뜻 깊은 결과였다. 그리고 프리시즌의 결과는 본 시즌으로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다.

어느 정도 괜찮다는 예상은 했지만, 고정운 감독 또한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다. 지금 김포 FC는 그만큼 잘한다. 물론 고정운 감독 특유의 성난 목소리와 다독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FC 안양전을 승리로 장식한 고정운 감독은 당일만 즐기고 곧장 김천 상무전을 대비하겠다는 다부진 의지를 드러냈다.

김포 FC는 오는 30일 오후 1시 30분 원정에서 김천 상무를 상대한다. 어쩌다 보니 '승점 6점짜리' 경기다. 김천 상무는 김포 FC와 승점이 동일한데, 다 득점에서 앞서 1위에 올라있다. 김포 FC가 '우승 0순위' 김천 상무까지 잡으면 정말이지 K리그2엔 못 이길 팀이 없게 된다. 고정운 감독의 가르침을 수용해 공수 양면에서 영향을 발휘하는 '남미 트리오'가 김천 상무전에서는 또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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