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만난 넷플릭스, 韓 3.3조원 투자…'제2의 오겜' 나올까
국내 콘텐츠 업계는 기대반 우려반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첫 성과로 넷플릭스의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투자를 끌어냈다. 기존 한국 콘텐츠 총투자 금액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 측은 한국 콘텐츠에 향후 4년간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시장 진출 이후 현재까지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오징어게임' 재차 언급한 넷플릭스 CEO
이처럼 넷플릭스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는 K-콘텐츠의 입증된 경쟁력에 있다. 특히 대표 사례로 '오징어게임'은 공개 후 28일간 누적 16억5045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넷플릭스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국 시리즈 '더글로리'가 역대 비영어 TV 부문 콘텐츠 중 가장 많이 본 콘텐츠 5위에 올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넷플릭스 비영어 TV 부문 콘텐츠 상위 10개 작품 중에는 1위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4위 '지금 우리 학교는', 5위 '더 글로리', 7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총 4개 작품이 올랐다.
K-콘텐츠는 '가성비'로 정평이 나 있다. '오징어게임' 총 제작비는 200억원 수준이다. 한국 시장을 놓고 봤을 땐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콘텐츠지만, 세계 무대로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넷플릭스의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1200만달러(약 141억원)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콘텐츠 1~2회분을 만들 비용으로 총 9회분의 콘텐츠가 제작돼 시청률 1위라는 성과를 냈다.
테드 서랜도스 CEO는 윤 대통령과의 만남 직후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던 배경에는 한국 크리에이티브 산업과 관련 창작 생태계가 계속해서 훌륭한 스토리를 선보일 것이라는 확신이 바탕이 됐다"며 "또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한류의 확장을 향한 대통령의 사랑과 강한 지원에 감화된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발표한 투자가 한국, 한국 창작 생태계, 그리고 넷플릭스 사이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국내 생태계와 손잡고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피지컬:100' 등과 같은 작품을 만들어왔으며, 앞으로도 한국 창작자들과 손잡고 엔터테인먼트의 즐거움을 전 세계의 팬들에게 선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韓 콘텐츠 업계 기대와 우려 공존
국내 콘텐츠 업계는 이번 넷플릭스의 투자 발표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번 투자금이 국내 콘텐츠 제작 생태계에 자금줄이 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90개 이상의 국가로 서비스되는 넷플릭스를 통한 콘텐츠 확산 효과도 뚜렷하다.
2021년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는 넷플릭스 투자 이후 K-콘텐츠 흥행을 통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약 5조6000억원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또 콘텐츠 제작 및 배급업 분야에서 창출한 경제 가치는 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국내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 잘 먹히니 국내 투자 늘리는 것"이라며 "국내 제작사, 방송사들은 넷플릭스 수주 작품 수가 많아질 수 있고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긍정적인 부분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자금이 경색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해 국내 콘텐츠 업계가 맘 놓고 투자·제작할 환경 마련됐다는 것"이라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다는 거고 K-콘텐츠가 여전히 먹힌다는 것 방증이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도 있다. 국내 OTT 업계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플랫폼 종속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에 대한 자본 의존도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국내 OTT는 해외 저변을 넓혀가는 활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기업이 돈을 푸는 건 공장 등 시설 설비 투자와 다르다"며 "투자뿐만 아니라 이익, 수혜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고루 돌아가는지 잘 살펴야 하며 정부가 국내 콘텐츠 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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