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아들 하나 제대로 키웠네, '오아시스'의 약점 싹 지운 장동윤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월화드라마 <오아시스>는 마지막 회를 남기고 최고 시청률 8%(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최근 낮은 시청률로 고전해온 KBS 드라마에는 제목처럼 '오아시스' 같은 성적이 아닐 수 없었다. <오아시스>는 그래서 달라진 플랫폼 환경 속에서 KBS 드라마가 나가야할 방향에 대한 어떤 시사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과연 이 드라마는 어떤 가능성을 보였고 그럼에도 넘어야할 어떤 숙제들을 남겼을까.
가장 먼저 짚어야할 부분은 시대극의 가능성이다. 최근 들어 트렌디한 드라마들이 장르물로 대거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시대극은 상대적으로 잘 시도되지 않았던 면이 있다. 예를 들어 tvN <청춘월담>이나 MBC <조선변호사>, SBS <꽃선비 열애사>처럼, 심지어 사극도 '장르물'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게 요즘의 추세다.
<오아시스>는 그런 점에서 보면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을 가져왔다. 물론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조직 간의 대결을 다루는 조폭 느와르 장르나, 여러 명이 공조해 가진 자들을 터는 케이퍼 무비 장르 같은 것이 더해져 있었지만, 배경으로 안기부와 노동현장에서의 민주화 운동 같은 시대의 풍경이 담은 시대극의 성격이 두드러졌다.
당대의 향수와 추억을 끄집어내는 <오아시스>의 시대극적인 면모들은 KBS라는 플랫폼과 그 주 시청층인 기성세대들에게 어필한 면이 있다. 배경음악으로 등장하는 해바라기의 '내 마음의 보석상자'나 '어서 말을 해' 같은 곡은 당대에 젊은 날을 겪었던 중장년 세대들의 추억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슬로우 모션으로 연출된 <영웅본색>류의 영상도 심지어 의도적으로 퇴색된 느낌까지 제공하며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사실 <오아시스>의 스토리들은 개연성에 있어서 허점도 적지 않고 또 어떤 서사 구조는 익숙한 클리셰에 기댄 면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두학(장동윤)과 철웅(추영우)의 출생의 비밀 코드다. 사실은 점암댁(소희정)에게서 난 형제들이지만, 철웅이 지주의 아들로 자라 두 사람이 대결구도를 그려내는 이 서사는 과거에 그토록 많이 써왔던 클리셰다. 오정신(설인아)이라는 한 여성을 두고 형제가 경쟁(?)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또한 두학이 철웅 대신 감옥에 가고 그래서 조직에 몸담았다가 죽을 위기까지 맞이한 후 일본에서 다시 돌아와 복수를 하는 서사 구조도 드라마틱하긴 하지만 요즘의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너무 과해서 개연성 있게 느껴지진 않는다. 한 마디로 '허구의 드라마'라는 걸 오히려 드러낸 면이 있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리얼리티보다는 그 허구를 즐기는 방식으로 이 드라마를 즐긴 면이 있다. 그건 또한 다소 과장된 서사와 연출을 보여주곤 했던 옛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향수 도한 자극했으니 말이다.
결국 <오아시스>는 이러한 향수에 기대 시선을 끈 시대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드라마로서 크게 잘못된 일도 아니다. 결국 드라마는 그것이 과잉된 허구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어떤 틀이 아닌가. 게다가 이건 KBS라는 플랫폼에 맞는 선택이기도 하다. 포인트를 추억과 향수로 잡았으면 그걸 극대화해 보여주는 편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확장성으로 볼 때 <오아시스>는 아쉬운 지점이 있다. 그건 레트로가 아니라 '뉴트로'를 지향했다면 기성세대만이 아닌 젊은 세대들도 빠져들 수 있는 시대극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사나 연출에 있어서 좀 더 현재의 눈높이에 맞게 세련되게 과거를 재구성했다면 레트로의 '촌스러움'에서 뉴트로의 '빈티지스러움'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 게다.
이러한 아쉬움과 약점들이 적지 않은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드라마를 계속 볼 수 있게 만들어준 힘으로서 장동윤이라는 배우의 매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KBS의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KBS 드라마에 자주 출연했지만 <오아시스>만큼 이 배우가 가진 다양한 결들을 꺼내 보여준 작품이 있었을까 싶다. 사랑에 빠진 순수한 청년의 모습에서부터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는 강렬한 인상에 이르기까지 장동윤은 <오아시스>를 이끌어낸 실로 '오아시스' 같은 배우의 면모를 보여줬다.
어쨌든 <오아시스>는 KBS와 시대극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를 다시금 보여준 작품이다. 최근 들어 '회귀물' 같은 장르가 인기를 끌면서 과거의 시대는 현재의 대중들에게도 관심의 지대가 되고 있다. 다만 시대극이 그저 옛 드라마의 재현에 머무는 건 이러한 가능성들을 축소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현재적 관점에서 지금의 눈높이에 맞춘 시대의 재해석을 가능하게 할지 고민한다면, 시대극은 가물어가는 KBS 드라마에 오아시스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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