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얼음 외교 더 위태롭게 할 尹대통령의 정제 안 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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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말로 하는 전쟁이다.
제1호 외교관인 대통령의 발언이 천금 같아야 할 이유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비외교적 화법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때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외교 갈등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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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말로 하는 전쟁이다. 총칼은 안 보이지만 엄청난 국익이 걸려 있다. 지정학적으로 최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고, 최근의 미·중 신냉전을 고려하면 한국 외교는 살얼음판을 걷듯이 정교해야 한다. 제1호 외교관인 대통령의 발언이 천금 같아야 할 이유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비외교적 화법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다. 윤 대통령은 24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한일관계와 관련,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 “설득에 있어 충분히 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당 인터뷰를 보면 한미동맹 등 다른 얘기를 훨씬 많이 했고, 문제의 발언 역시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표현이 거칠고 과도한 단순화로 공격 여지를 많이 남겼다. 당장 일본 총리가 할 말이라는 식의 비판이 쏟아진다. 민감성과 폭발성 때문에 ‘한일관계는 외교가 아니라 내정’이라는 말도 있다. 즉흥성을 배제하고 준비된 발언을 조심스럽게 해야 뒤탈이 없다는 뜻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일본에 대해 얘기할 때 토씨와 어조(語調)까지도 신경을 쓴 것은, 불필요한 논란이 본질을 뒤엎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때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외교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9월 뉴욕 순방 때엔 비속어 섞인 막말이 TV 카메라에 잡히고 악용된 일도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발언 파문도 마찬가지다. 외교든 정치든 대통령의 진정성만으로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상대국과 국민에 어떻게 전달되고 수용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도자의 외교적 화법은 시퍼런 칼날을 비단으로 감싼 것처럼 기품 있으면서도 약점을 보여선 안 된다. 진의와 다르다며 뒤늦게 해명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준비된 발언을 신중하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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