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야구, 시간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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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진행되는 혁신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메이저리그는 야구에 관한 한 전 세계 최고의 무대다.
실제로 피치클록을 도입한 이후 경기 시간이 31분이나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티샷과 퍼팅에 특별한 시간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괜한 뜸 들이지 않고 치는 게 매너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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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진행되는 혁신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메이저리그는 야구에 관한 한 전 세계 최고의 무대다. 1901년 양대 리그 체제로 출범한 이래 역사가 120년이 넘었고, 수많은 스타와 레전드가 탄생했다. 선수 몸값은 또 얼마나 천문학적인가. 지난해 ‘홈런왕’ 에런 저지(뉴욕 양키스)는 올해 9년간 3억6000만 달러(약 4766억 원)에 사인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이다.
그런데 올 시즌부터 시행 중인 제도 변화를 보면 마치 갓 시작한 리그처럼 거침이 없다. 피치클록(pitch clock) 도입,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등이다. 피치클록은 투수가 포수에게서 공을 받은 순간부터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있을 때는 20초 안에 던져야 한다는 룰이다. 바둑의 초읽기와 같다. 베이스 크기 확대는 도루 등 다이내믹한 플레이를 위한 시도다. 또, 투수가 투구판에서 발을 떼는 행위를 타석당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모두 경기 시간을 줄이려는 피나는 노력의 일환이다. 뭐하나 아쉬울 것 없는 메이저리그가 끊임없이 시간과 전쟁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경기 관람 시의 지루함을 방지하고, 자꾸만 떠나가는 관중의 시선을 붙잡아두기 위함이다. 실제로 피치클록을 도입한 이후 경기 시간이 31분이나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훨씬 자유로워 보이는 골프도 시간과 싸운다. 티샷과 퍼팅에 특별한 시간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괜한 뜸 들이지 않고 치는 게 매너로 받아들여진다. 지연 플레이를 하면 의도성을 떠나 동반자들에게 ‘왕따’를 당하거나, 뒤따르는 팀에 욕먹기 쉽다.
이달 초 열린 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최종 라운드에서의 부진으로 욘 람에게 역전패한 브룩스 켑카가 선수들의 늑장 플레이에 대놓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시 켑카와 람 앞에는 패트릭 캔틀레이와 빅토르 호블란이 있었다. 캔틀레이는 평소 느리게 치기로 소문난 선수다. 상당수 골프팬은 SNS를 통해 캔틀레이를 비난했다. 매너가 ‘꽝’이라는 지적이었다. 스포츠는 늘 시간과 싸움을 벌인다. 최근엔 다양한 종목에서 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이 더 강화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역시 관람객의 편의를 고려한 조치이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다. 경기가 늘어지는 순간 관중도 시청자도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백 살이 넘은 메이저리그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데 고작 40년 넘은 국내 프로야구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KBO리그의 지난해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1분. 메이저리그의 2시간 38분보다 33분이나 길다. 애당초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아직도 뒷돈 요구, 불법 도박의 그늘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관람하며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2시간 안팎으로 수렴되는 것 같다. 그래서 스포츠는 물론 영화도, 콘서트도 3시간을 넘지 않는 방향으로 줄어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수 이효리 댄스곡 ‘두 더 댄스(Do the dance)’가 신나는 것은 그 안의 가사처럼 “지루한 기다림은 끝이어야” 한다고 외치기 때문이다. 팬들을 붙잡으려면 촌각도 아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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