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유연한 자유주의’가 필요하다
尹정부의 중심 가치가 된 자유
당연하지만 어두운 측면 봐야
과도한 이기심과 강자의 횡포
자유와 함께 공동체 의식 존재
정치엔 이성과 감성 모두 작동
대일·대북 정책 더 정교해져야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라는 개념의 밝은 면에 매료되지만 동시에 어두운 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자유는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개인이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지 않는 것’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과 공동체의 부속품으로 여겨졌던 개인들이 근대에 들어서자 세속적 이익을 추구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으니 얼마나 가슴 뛰었을까? 17세기까지 경제적으로 뒤처져 있던 유럽이 200여 년 만에 중국을 앞질렀던 원동력도 자유에 있었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선구자들도 과도한 이기심 그리고 경쟁에서 이긴 강자의 횡포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망각하지 않았다. 자유주의가 완성되려면 개인이 이성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무장돼야 한다고 봤다. 타인을 존중하는 시민적 예의를 가지고 있어야 개인과 공동체가 화합할 수 있다고 봤다. 자유방임만 주장한 게 아니다.
민족과 지역적 공동체인가, 아니면 자유로운 개인이 우선인가? 우리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이념적으로는 미국과 가깝지만, 생존과 경제 관계는 중국·러시아·북한과 밀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자유주의로 커밍아웃했다. 미국과 중·러 간 갈등이 현실화하고 전임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에 유화적이었다는 여론도 강했을뿐더러 대통령도 자유에 대한 신념이 강하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사실 자유주의자들도 ‘일면 환영, 일면 불안’이다. 불안의 근원은 북한 못잖게 미국과 일본이다. 한때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동맹으로 만들었던 미국이 이제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세력 전이의 순간에 봉착한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해방 이래 지금까지 미국 의존적으로 살아온 데다 국가의 방위마저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미국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 정부의 자유주의적 결단의 성과가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일방적 편향으로 해석된다면 그 선택은 중대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실제로 그 선택에 대한 지지도는 30%를 조금 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전의 보수 정부도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일본 정부의 극우적 행보에 제동을 걸고 관계 개선을 시도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항의의 표시로 이 대통령은 독도를 갔고, 박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방문한 데 이어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중·일 및 북한과의 관계 악화 그리고 사드(THAAD) 배치로 요약되는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였다. 우리의 운신 폭은 축소되고 말았다.
현재의 국내외 정세는 물론 우리의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자유적인 국가가 돼야 함은 자명하다. 윤 대통령이 자유주의의 선봉에 위치한 국가를 지향한다는 사실은 자랑스럽기도 하고 감출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민족 논리는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북한은 우리의 주적(主敵)이므로 무조건 적대시하면 해답이 나오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국민 정서상 일본 정부 설득에 실패할 경우 국정 동력은 약해지고 북한 동정론이 부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국정 견제론이 50%에 이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에는 이성도 있지만, 감성도 있다. 현 정부의 일본 라인이 최강임에도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일본을 대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대일 외교 정책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대북 정책도 기본적으로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용기 있고 신념이 있는 리더가 되려 한다. 타협하지 않고 정면돌파하는 자세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는 그가 지금까지 극복한 이들보다 더 강력한 고수가 많다. 그래서 윤 정부의 대북·대일정책은 다소 유연하게 자유와 민족이라는 두 논리를 다 구사해야 한다.
미국의 자유주의도 탈민족주의적이지 않다.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ism)야말로 민족주의적이다. 일본이 말하는 자유는 다소 극우적이다. 강대국의 자유주의 뒤에는 종종 민족주의가 숨어 있다. 다만, 미국의 민족은 우리보다 덜 인종적일 뿐이다. 민족 논리 역시 외교의 중요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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