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진의 세계는] 중국의 격렬한 반발‥쿼드까지 의식했나?

권희진 heejin@mbc.co.kr 2023. 4. 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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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발‥한국의 쿼드 가입 의식?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예상할 수 있었지만, 반발의 수위는 예상보다도 더 격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장난을 하는 자는 타죽을 것'이라는 거친 표현이 당국자의 입에서 나왔고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언론은 윤 대통령의 이번 대만 발언이 '92년 양국 수교 이후 한국이 밝힌 최악의 입장'이라고 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전쟁을 불사하고서라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라는 점도 있지만,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한미일 군사 동맹이 빠르게 구체화하는 현실을 한국 대통령이 발언으로 확인해 준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쿼드 향한 한국의 움직임

한국은 한미일 군사 동맹 외에도 대중국 봉쇄를 위한 4국 협의체인 쿼드에 가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쿼드는 미국이 주도해 인도, 호주, 일본을 끌어들인 대중국 협의체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조율을 위해 지난 3월 8일 미국을 방문한 당시 정부 고위당국자는 쿼드 실무그룹 참여에 적극 공감한다면서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쿼드 실무그룹에 적극 참여해서 정식으로 쿼드의 일원이 될 기회를 모색한다고 말한 적이 있으니 쿼드 실무그룹 참여는 쿼드 정식 가입을 위한 사전 준비단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시 중국은 곧바로 정례 브리핑에서 마오닝 대변인이 쿼드를 '배타적, 폐쇄적 소그룹'으로 지칭하면서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면 한중간 신뢰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열차에 자신을 더 단단히 묶음으로써 정치적 독립성을 잃어가고 있다"라며 "이는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도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협박에 가까운 분석도 했다.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도 미국의 강력한 압박 때문이라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은 쿼드

중국은 2035년까지를 경제, 기술, 군사력 면에서 정점에 도달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시기라고 보고 이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이런 중국의 계획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대중국 포위체인 쿼드라는 것이 중국의 인식이다.

쿼드의 영향력을 저지하는 데에 미중 경쟁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은 미중 경쟁의 핵심으로 쿼드를 지목한다.

2020년만 해도 당시 중국은 쿼드를 '바다 거품'이라고 평가 절하했지만, 21년 3월 쿼드가 처음으로 공동선언문을 내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규칙에 기반을 둔 해상 질서를 추구한다"고 밝히자 중국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금 쿼드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최선의 안보 체제로 정의하고 있다.

작년 5월 도쿄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는 이런 중국의 초조함을 더욱 증폭시켰다.

당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분쟁 지역 군사화', '해안 경비정과 해양민병대의 위험한 사용' 등이 열거됐다.


중국의 핵심 이익 '남중국해' 겨냥한 쿼드

2014년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내 수중 암초를 포함한 인공섬 7곳을 점유하면서 남중국해에서의 제해권 확대에 사활을 걸어왔다.

그러면서 2015년부터 중국은 민간인 신분의 퇴역 군인 등을 동원해 해양민병대로 활용해 해양 영유권을 강화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들은 평소에는 어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 정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데, 민간인인데도 정부의 급여를 받고 훈련도 하고 무장도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당연히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들을 이용해 중국이 특유의 '변경된 상황을 고착화하는 전술'을 쓰면서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으니 이를 제어해야 한다는 전략이 공동성명에서 나타났던 것이다.

남중국해는 대만이나 티베트 등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다.


중국 안보의 핵심 남중국해

중국의 '진'급 잠수함에는 미국 서해안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 8천 킬로미터의 핵미사일이 탑재되는데, 남중국해는 이들이 은밀히 활동하기에 충분한 깊이를 갖고 있다.

산둥반도 칭다오와 랴오둥반도 다롄에는 각각 '시아'급과 '진'급 잠수함들의 근거지가 있지만 얕은 서해에서는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 잠수함이 은밀하게 활동하기가 어렵다.

하이난섬 앞으로 펼쳐진 남중국해의 수심 2천 미터에 달하는 깊은 바다는 중국 안보의 핵심이어서 중국은 하이난섬 산야의 지하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항공모함이나 탄도유도탄 잠수함 등 해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동으로부터 물자가 들어오는 통로인 말레이시아와 수마트라섬 사이의 말라카 해협이나 대만해협에서의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도 남중국해의 제해권은 포기할 수 없다.

중국은 파라셀 군도에 인공섬을 만들어 항공 전력과 지대공 미사일 배치하면서 남중국해의 군사 기지로 활용한다.

작년 쿼드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은 이런 남중국해를 겨냥하면서 중국 포위의 시동을 걸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쿼드가 서쪽의 인도양과 동쪽의 태평양 양쪽으로부터 타이완 해협과 남중국해를 포위해 중국을 옥죄며 고립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쿼드 국가들의 지상에 배치될 대함 미사일은 중국이 유사시 타이완을 수륙양면에서 침공하고 봉쇄할 때 가장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쿼드는 또 폭넓은 반중국 연대의 기반이 될 수도 있어, 쿼드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까지 끌어들일 경우 중국의 야심은 좌절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게다가 쿼드 동맹국들의 연대는 중국이 군비를 끊임없이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중국의 관료들은 소련이 미국과의 경쟁을 위해 민간 경제를 희생해가며 군사비를 늘렸다가 결국 실패한 역사를 지켜봤다.

중국에 쿼드는 아시아태평양의 나토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 군사 강국 한국이 이런 쿼드에 가입해 중국 봉쇄에 동참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한국의 쿼드 가입과 미국의 국익

미국 행정부는 지속해서 한국의 쿼드 참여를 희망해왔다.

지난 2월에는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성공하려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보고서가 나왔다.

작년 10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쿼드가 한국 포함한 퀸트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낸시 펠로시 의장 등 하원 의장단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의 쿼드 참여를 요청받았다.

그리고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는 쿼드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작년 2월,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경제 제재에 굴복해 안보를 희생했다고 비판하며 쿼드 워킹 그룹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당선 이후 쿼드 가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만약 쿼드 가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나 언급이 나온다면, 중국의 반응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권희진 기자(heej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world/article/6477418_361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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