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 정찰위성 개발의 심각성과 대응책

전성훈 K-정책플랫폼 국제전략위원장, 前 통일연구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지시했다. 정찰위성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국방력 달성 5대 중점목표’의 하나다. 당시 그는 500㎞ 전방 종심까지 정밀하게 볼 수 있는 무인정찰기를 비롯한 정찰 수단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에도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정찰위성 개발이 전쟁억지력을 향상시키고 전쟁 대비 능력을 완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치·군사적인 혁명과업이라고 주장했다. 올해에는 정찰위성 확보가 다양한 전쟁억지 수단의 군사적 효용성과 실용성을 높이기 위한 최우선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핵무기에 눈을 달아서 더 정확히 때리고 더 큰 피해를 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정찰위성 확보는 우리에게 두 가지 상반된 전략적 의미가 있다.

첫째, 북한이 정밀한 핵 타격 능력에 자신을 갖게 되면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더 거칠고 위험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접 핵을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핵 사용을 위협하면서 국지 도발을 일으키거나 공갈·협박을 일삼을 것이다.

둘째, 핵 기술 수준이 낮았던 핵 경쟁 초기에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인구 밀집 지역과 산업 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아서 불특정 다수를 살상하고 대량 파괴하는 핵전략을 채택했었다. 그러나 핵무기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특정한 목표물을 파괴할 능력이 향상되면서 상대의 군사시설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군사목표 타격전략(counterforce strategy)으로 전환하고 민간인 피해를 줄이려고 했다. 북한도 정확도가 커진 핵무기의 일차적인 공격 목표를 우리 군부대와 지휘부로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김정은이 북한판 군사목표 타격전략을 선포하면서 북한 핵무기의 타깃은 한·미 군사 당국이지 남측 동포와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핵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자체 핵 능력이 없는 한국에 북한 정찰위성은 설상가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한국형 3축체계’(미사일 발사 전에 선제타격하는 킬체인,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 피격 후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로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에 대응할 수 없다. 유일한 길은 우리 스스로 위성 요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으로 핵보유국 간에 전쟁이 발발하면 그 첫 무대는 우주 공간이 될 것이다. 일차로 상대의 눈과 귀를 제거해 핵전쟁 수행 능력을 근원적으로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국 곳곳에 배치된 핵전력을 족집게식으로 선제타격하거나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다음 문제다. 현재 미국·중국·러시아·인도가 자국의 인공위성을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스라엘의 ‘애로-3’ 요격 체계가 위성을 파괴할 능력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 주변의 잠재적 적대 세력이 모두 위성 강국인 현실에서, 자체 위성 요격 능력 확보는 국가안보에 필수 요건이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예고를 계기로, 정부는 위성 요격 무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위성과 탄도미사일은 상이한 목표물인 만큼 요격에 많은 기술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기존 3축 체계에 위성 요격 무기를 추가한 ‘한국형 4축 체계’를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