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과할 정도의 윤리적 쇄신이 여당 살길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지난 2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4월 18∼20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 대상, 응답률은 8.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p 오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p 떨어져 양당 모두 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의 급락은 ‘돈 봉투 의혹’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이 느끼는 위기감 정도는, 호남 지역 지지율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8%p 빠졌고,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지난주보다 무려 10%나 급락했다. 하지만,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오히려 지난주 대비 13%p나 상승했다.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 지역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위기 수준이 심상찮다고 판단해 결집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유권자들이 느끼는 민주당의 위기가 이토록 심각한데 국민의힘은 그 반사이익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겨우 1%p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사실이 말해준다. 이는 대다수 유권자가, 도덕적 측면에서나 능력 면에서 양당이 ‘거기서 거기’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의 위기는 당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국민의힘은 자체 노력으로 어느 정도 현재의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즉, 최고위원들의 ‘실언 시리즈’와 장외 세력인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 설정 문제 등은 국민의힘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윤리위는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 역학관계나 이해관계를 완전히 벗어나 문자 그대로 사안 자체만을 바라보며 윤리적·도덕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오히려 유권자의 판단보다 한발 앞서 나가며, 당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최고위원들의 ‘릴레이 실언’으로 ‘실언 당번제’라는 비아냥을 듣는 현재의 국민의힘을 수렁에서 구출할 수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실언 시리즈나 태영호 최고위원의 실언 퍼레이드를 유권자들의 상식에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윤리위가 제 역할을 한다고 해도, 실기(失機)한 측면까지 사라질 수는 없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새로운 윤리위원장이 임명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도부가 안착하기까지 아무리 시간이 필요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지도부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실언을 양산’할 수 있는 시간이면, 윤리위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기를 놓친 데 대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책임도 있었다는 뜻이다.

늦었지만, 늦은 만큼 유권자 누구든 공감할 만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과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력하게 단속해야 잡을 수 있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마약 수사 관련 발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번 국민의힘 윤리위도 과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준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힘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길이다.